[김광현의 IT 집중분석] "데이터 쓰나미 온다" 글로벌 통신업계 '비상'
미국 2위 통신사업자인 AT&T가 4위 사업자 T-모바일 미국 법인을 인수한다. 인수금액은 390억달러.우리 돈으로 44조원이나 된다. 이렇게 과감하게 베팅하는 것은 '데이터 쓰나미'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모바일 트래픽이 폭증하자 단기간에 네트워크를 확충하기 위해 경쟁사를 인수하는 것이다. '데이터 쓰나미'는 한국 통신업계가 직면한 과제이기도 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AT&T는 T-모바일 미국 법인 인수와 관련,"단기간에 네트워크를 확충해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AT&T 모바일 트래픽은 아이폰을 독점 공급한 4년 동안 80배로 늘어났다. 2015년에는 지난해보다 8~10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AT&T는 T-모바일 미국 법인 인수 대가로 현금 250억달러와 자사 주식 8% 상당을 T-모바일 모기업인 도이치텔레콤에 지불한다. 현금 250억달러만 해도 28조원이 넘는다. 이 돈을 네트워크 확충에 투자하지 않고 경쟁사 인수에 쓰는 것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T-모바일 미국 법인을 인수하면 5년에 걸쳐 확충해야 할 기지국을 단숨에 손에 넣을 수 있다.

'데이터 쓰나미'는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2009년 말 아이폰 도입 이후 모바일 트래픽이 폭증했다. KT 아이폰 사용자의 1인당 트래픽은 지난 1월 730메가바이트(MB)로 1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통신업계는 올해 4세대(4G)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하고 동영상 수요가 본격화하면 더 큰 '데이터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통신 3사는 주파수 추가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상반기 중 실시될 2.1기가헤르츠(㎓) 대역 20메가헤르츠(㎒) 주파수 경매에 총력을 쏟을 기세다. 현재 SK텔레콤은 90㎒,KT는 80㎒,LG유플러스는 40㎒의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 SK텔레콤은 "가입자당 주파수로 따지면 우리가 가장 적다"고 하고,LG유플러스는 "경쟁사들의 반도 안 되는 주파수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SK텔레콤은 네트워크 효율화를 통해 데이터 폭증에 대처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이에 작년 말 1만7000개였던 와이파이존을 연말까지 6만2000개로 늘리기로 했다. 무선 데이터를 유선으로 분산시키겠다는 얘기다. 82개 도시에 구축한 와이브로망은 와이파이 보조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3분기로 예정했던 4세대 이동통신 LTE 서비스는 7월1일 서울에서 시작할 계획이다.

KT는 데이터 쓰나미 대처 방안으로 '3W+LTE'를 제시한다. 당분간 3세대 이동통신(WCDMA),와이파이(Wifi),와이브로(Wibro) 등으로 대처하고 4세대 이동통신 LTE로 넘어간다는 전략이다. 와이파이존은 2월 말 현재 4만7000개에서 연말 10만개로 늘린다. 지난 2월에는 82개 도시에 와이브로 전국망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부족해 추가 주파수 확보가 필수라고 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가장 먼저 LTE로 전환하고 추가 주파수를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는 맨 먼저 시작할 계획이다. 7월1일 서울 부산 광주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1만4000개인 와이파이존은 연말까지 5만개로 늘리고,젊은이들이 몰리는 지역 50곳에는 와이파이 빌리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김광현 IT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