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우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자연과학대 1학년생들의 상담 신청을 가장 많이 받는다. 사연은 이렇다. 학부생의 부모들이 물리학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것을 완강히 반대하는 바람에 어떤 선택을 내리는 것이 좋은지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홍 교수는 "공학에서 다루는 모든 기술의 원리가 물리학에 있을 정도로 물리학은 과학기술의 근간"이라며 "심히 우려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스트롱코리아 2011' 캠페인과 함께 한국경제신문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 같은 세태를 비교적 정확히 반영했다.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서는 84.5%가 '(매우)심각하다'고 답변하는 등 이견이 거의 없었다. 대학 교육에 대해서는 80% 이상이 '개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초 · 중 · 고 수학 과학 교과과정에 대한 개혁 필요성도 74.7%가 공감했다. 출연연구원 구조개편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이 '(매우)필요하다'고 답했다. 결국 초 · 중 · 고→대학 학사 · 석사 · 박사(후 연구원)→연구원으로 이어지는 '과학기술 인재 교육 사슬'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얘기다.


◆대학과 공공연구기관 구조개혁 필요

국내 대학이 산업계의 수요에 부합하는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는 의견은 19.3%로 턱없이 낮았다. 대학이 배출하는 과학기술 인력의 수준과 산업계 수요 간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물론 대학이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만을 배출하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기초과학을 제외하고 이공계열 대학생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대는 항상 산업계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내정자가 "과학은 돈을 써서 지식을 만들고 공학은 지식을 써서 돈을 만드는 것으로 두 가지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연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공공연구기관 통폐합 등 구조개편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51.8%가 '필요(필요+매우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 인식은 산업계 소속 응답자(64.2%)가 가장 많았으며 학계 응답자가 54.4%로 그 뒤를 이었다. 소속 정부 부처가 다른 데 따른 불필요한 행정절차, 유사중복과제 등으로 인해 산 · 학 · 연 협력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해외 우수인력 영입 여건이 갖춰져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4.1%가 '(전혀)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학계 소속 응답자의 60.5%가 이런 답변을 내놨다. 지도교수와 학생 간 폐쇄적인 '도제식 연구 환경'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30대 연구자 "상경계열 가고 싶다"

10명 중 3명가량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외국으로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취업 희망국으로는 미국이 69.3%로 가장 많았다. 취업 희망 이유는 단순하다. '연구환경(인프라)이 좋아서'라는 응답이 58.9%로 가장 많았다. 특이한 점은 국공립연구소 종사자의 38%가량이 해외 취업 의향을 보였으나 대학 재직자는 20% 정도만 움직일 뜻이 있다고 답했다. 대학 교수에 비해 공공연구기관 소속 연구원들이 신분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향후 전공 변경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28%가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출연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의 전공 변경 의사가 36.5%로 가장 많았다. 전공 변경 희망 분야는 '의 · 약학 계열'이 41.9%로 가장 높았다. 상경 혹은 법학계열로 전향하고 싶다는 비율도 41.4%로 의 · 약학 계열에 육박했다.

특히 30대의 젊은 연구자들이 상경계열로 전향하고 싶다는 의사를 가장 많이 보인 것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의 대부분 업적이 30대 연구성과에서 결정될 정도로 이 시기는 과학기술 혁신에 가장 중요한 때이기 때문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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