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리비아 내전에 군사개입한 까닭은 무엇인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대량 살상무기가 존재한다는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9 · 11 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 세력을 소탕한다는 이유로 시작했다. 두 전쟁 모두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아프간전을 물려받아 병력을 추가 투입했다.

그러나 리비아는 성격이 다르다. 그동안 리비아는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았다. 카다피 정권은 이미 부시 전 정부 때 대량살상무기 계획을 포기했다. 미국은 그런 리비아에 외교관계 정상화로 화답했다.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도 제외했다.

미국 내에서조차 "오바마 대통령이 리비아에 군사개입으로 얻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반발이 나왔다. 민주당의 진보 성향 일부 의원들은 의회의 사전 승인은 물론 충분한 협의도 없이 군사개입을 단행했다고 비난했다. 헌법 위반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존 베이너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은 "미국의 역할과 군사개입의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등을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리비아 군사개입을 결정할 나름대로의 명분을 쌓았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보호와 민주주의 확산이다. 미국은 카다피 정권을 독재라고 규정하며 민주 정부를 수립하겠다는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대를 애초부터 옹호했다. 최근에는 카다피군이 시위대의 최후 저항 거점인 벵가지를 점령할 경우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했다. 과거 보스니아 내전 때 '인종청소'를 막기 위해 비행 금지구역을 설정해 군사개입한 사례와 같다.

이런 대의명분 아래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 대사,사만다 파워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움직였고,클린턴은 오바마 대통령을 적극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바마는 국제사회의 확고한 지지가 필요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리비아 군사개입 결의는 그의 명분을 굳혀줬다. 유엔은 국제사회(유엔)가 국가 대신 국민 보호에 나서는 '국민 보호 책임' 개념에 입각해 무력 개입을 결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군사 공격에 프랑스와 영국 등 유엔의 다국적군을 앞장세웠고 미군 지상군도 투입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같은 미국의 명분과 개입 범위를 '오바마 독트린'이라고 지칭했다.

군사개입을 하지 않으면 리비아가 내전으로 양분돼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정이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모든 국가들이 리비아가 동쪽 벵가지를 장악한 반정부군 지역과 서쪽 트리폴리의 카다피 정부군 지역으로 분리되지 않고 한 국가로 남아 있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전으로 리비아가 분리되면 앞으로 더 큰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