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공유제를 놓고 '극과 극'을 달리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갈등이 21일 표면적으로 봉합됐다. 정 위원장은 "사퇴 검토"에서 "당장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최 장관은 "정 위원장이 동반성장위를 계속 맡아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위원장과 최 장관 사이에 갈등의 불씨가 여전한 데다 다른 정부 부처와 정치권에서도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찬반양론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기업들은 동반성장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발 물러난 정운찬

정 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퇴 언급'에 대한 진의를 묻는 질문에 "사퇴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고 관건은 동반성장을 하느냐 마느냐"라고 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사퇴를 고려하고 있다. 빈말로 하는 게 아니다"고 말한 것과 비교하면 한발 물러선 것이다.

정 위원장은 특히 "내가 사퇴하는 것보다 동반성장을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동반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최 장관도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이날 중소기업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 위원장이) 동반성장위를 계속 맡아줘야 한다. 위원회 성격상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밝힌 것.또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질문을 자꾸 해서 (둘 사이에) 각을 세우지 말고,동반성장이 이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는 것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는 것을 알아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청와대도 '정운찬 달래기'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동반성장은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까지 추구해 나갈 중요한 국정 기조"라며 "정 위원장이 책임을 져 달라는 게 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

◆기업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정 위원장의 사퇴로 이어질 것처럼 보였던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이 일단 어느 정도 진정되는 모양새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정 위원장은 "국가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위원장을 맡았으나 장벽이 너무 많아 고민하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고,최 장관은 "초과이익공유제는 지극히 비생산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청와대도 "정 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 문제를 이슈화시켜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선 절차상 잘못된 것"이라는 불만이 여전하다.

다른 정부 부처와 정치권에서도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입장 정리가 불분명한 상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은 "취지는 살려야 한다"고 정 위원장의 손을 들어주는 듯했지만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익공유제는 시장 경제 틀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좌파적 발상"이라며 날을 세웠다.

업계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 경영에 민감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정부 입장이 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어떻게 사업계획을 짜야 할지 불확실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서기열/홍영식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