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수습국면] "살아나던 日경제에 치명타" vs "오히려 경제 전환점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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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이후' 전망 엇갈려
장기불황 다시 빠질 수도
성장률 부진ㆍ국가부채 누적…복구비용 '고베'의 3배 넘을 듯
충격 감당할 수 있다
3조弗 세계 최대 순채권국…V자 회복 어렵지만 극복 가능
장기불황 다시 빠질 수도
성장률 부진ㆍ국가부채 누적…복구비용 '고베'의 3배 넘을 듯
충격 감당할 수 있다
3조弗 세계 최대 순채권국…V자 회복 어렵지만 극복 가능
"살아나려던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 "(세계은행) "오히려 일본경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가지 사오코 게이오대 교수)
일본 도호쿠(東北)지방의 대지진으로 시작된 대재앙은 발생 열흘이 지나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대재앙이 일본 경제에 가져올 후폭풍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피해 규모가 1995년 고베 대지진 때보다 더 크고,거시지표도 당시보다 나빠 일본이 장기 불황에 빠질 공산이 크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반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첨단 부품 · 소재 최강국,3조달러 이상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 순채권국이라는 일본의 저력을 감안하면 이번 대지진도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 경제를 분석하는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은 마찬가지다.
◆고베 지진 때보다 안좋은 여건
고베 대지진 때와 비교하면 여건은 지금이 더 좋지 않다. 손영환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고베 대지진 당시 일본 경제는 버블이 꺼진 직후였지만 경제 활력이 여전히 살아있었던 반면,지금은 20년간의 장기불황 터널을 막 빠져나오는 국면으로 조그만 충격에도 흔들리기 쉽다"고 말했다. 실제 경제 성장률을 보면 고베 지진이 일어났던 1995년 전후 분기별로도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던 것과 달리 지금은 작년 4분기 -1.3% 성장률을 보이는 등 불안한 회복 과정에 있다. 재정적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9.6%(2010년 기준)로 1995년 당시의 4.6%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 국가부채 역시 225.9%(GDP 대비,2010년 기준)로 고베 대지진 당시(92.4%)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장률 부진과 국가부채 누적,재정적자 지속 등으로 정부의 투자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재앙 복구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며 성장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번 지진 복구 비용이 10조엔대에 달해 고베 대지진 때의 3조2298억엔보다 3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산했다.
◆V자형 회복 어려울 듯
때문에 일본 경제가 지진을 딛고 회복하더라도 고베 대지진 당시처럼 V자형 회복은 힘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윤식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고베 대지진 때는 일본 정부의 재건사업 지출이 급증하면서 오히려 성장률이 1995년 2.0%에서 1996년 2.7%로 높아졌다"며 "생산 소비 수출 등 모든 거시지표가 지진 발생 2개월 전후로 곧바로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그러나 "지금은 일본 경제 펀더멘털이 약해져 있어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베 대지진이 경공업과 물류 부문에 타격을 준 데 비해 이번 동북부 대지진은 동북지역에 산재한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에 피해를 줘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복귀하려면 2~3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 회복에는 무엇보다 재정악화가 가장 큰 변수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GDP의 2배 이상인 국가부채를 고려할 때 일본판 뉴딜을 추진할 재원조달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경제 저력 충분 시각도
일본 경제의 잠재력을 들어 낙관론을 펼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리처드 쿠퍼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일본이 일시적으로 파괴된 자본과 생산을 올 하반기 및 내년에 재건할 것이며,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GDP를 증가시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지 교수는 "일본에 있어 지금은 바로 모든 것을 새로 출발하는 '그라운드 제로'와 같은 시점"이라며 "정부가 신속히 재정을 투입하고 적절히 대응한다면 일본 경제의 새로운 성장을 보장하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평 연구위원도 "20%가 넘는 총저축률과 260조엔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순채권국 지위를 감안하면 대지진으로부터 비롯된 재정 충격은 흡수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일본 도호쿠(東北)지방의 대지진으로 시작된 대재앙은 발생 열흘이 지나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대재앙이 일본 경제에 가져올 후폭풍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피해 규모가 1995년 고베 대지진 때보다 더 크고,거시지표도 당시보다 나빠 일본이 장기 불황에 빠질 공산이 크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반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첨단 부품 · 소재 최강국,3조달러 이상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 순채권국이라는 일본의 저력을 감안하면 이번 대지진도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 경제를 분석하는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은 마찬가지다.
◆고베 지진 때보다 안좋은 여건
고베 대지진 때와 비교하면 여건은 지금이 더 좋지 않다. 손영환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고베 대지진 당시 일본 경제는 버블이 꺼진 직후였지만 경제 활력이 여전히 살아있었던 반면,지금은 20년간의 장기불황 터널을 막 빠져나오는 국면으로 조그만 충격에도 흔들리기 쉽다"고 말했다. 실제 경제 성장률을 보면 고베 지진이 일어났던 1995년 전후 분기별로도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던 것과 달리 지금은 작년 4분기 -1.3% 성장률을 보이는 등 불안한 회복 과정에 있다. 재정적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9.6%(2010년 기준)로 1995년 당시의 4.6%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 국가부채 역시 225.9%(GDP 대비,2010년 기준)로 고베 대지진 당시(92.4%)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장률 부진과 국가부채 누적,재정적자 지속 등으로 정부의 투자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재앙 복구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며 성장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번 지진 복구 비용이 10조엔대에 달해 고베 대지진 때의 3조2298억엔보다 3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산했다.
◆V자형 회복 어려울 듯
때문에 일본 경제가 지진을 딛고 회복하더라도 고베 대지진 당시처럼 V자형 회복은 힘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윤식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고베 대지진 때는 일본 정부의 재건사업 지출이 급증하면서 오히려 성장률이 1995년 2.0%에서 1996년 2.7%로 높아졌다"며 "생산 소비 수출 등 모든 거시지표가 지진 발생 2개월 전후로 곧바로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그러나 "지금은 일본 경제 펀더멘털이 약해져 있어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베 대지진이 경공업과 물류 부문에 타격을 준 데 비해 이번 동북부 대지진은 동북지역에 산재한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에 피해를 줘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복귀하려면 2~3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 회복에는 무엇보다 재정악화가 가장 큰 변수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GDP의 2배 이상인 국가부채를 고려할 때 일본판 뉴딜을 추진할 재원조달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경제 저력 충분 시각도
일본 경제의 잠재력을 들어 낙관론을 펼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리처드 쿠퍼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일본이 일시적으로 파괴된 자본과 생산을 올 하반기 및 내년에 재건할 것이며,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GDP를 증가시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지 교수는 "일본에 있어 지금은 바로 모든 것을 새로 출발하는 '그라운드 제로'와 같은 시점"이라며 "정부가 신속히 재정을 투입하고 적절히 대응한다면 일본 경제의 새로운 성장을 보장하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평 연구위원도 "20%가 넘는 총저축률과 260조엔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순채권국 지위를 감안하면 대지진으로부터 비롯된 재정 충격은 흡수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