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논란을 빚어왔던 총부채상환비율(DTI) 자율적용 시한을 이달 말로 종료하기로 정부가 22일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당국이 이렇게 정책방향을 정한 것은 지난 2월 가계부채가 800조원에 육박하고,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2조5000억원 이상으로 전월에 비해 한 달 새 1조원가량 늘어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는 작년 8월 이뤄졌던 수도권 DTI규제 완화의 영향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우리가 경험한 DTI규제의 효과는 분명히 재고주택의 거래량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최근의 급격한 주택담보대출잔액 증가가 DTI 규제의 타깃이었던 수도권,그것도 재고 아파트 거래 활성화 때문인지에 대하여는 좀 더 면밀히 짚어볼 필요가 있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기존주택의 거래 활성화는 그다지 주택담보대출잔액 증가를 가져올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거래가 성사된다는 것은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즉 누군가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얻는다면 누군가는 집을 팔아서 대출을 상환하게 된다. 결국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없다면 재고주택의 거래 활성화로 인한 총부채의 증가는 제한적인 것이다.

문제는 신규분양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이다. 결국 최근 주택담보대출 잔액증가는 신규아파트의 분양 증가에 따른 집단대출이나 비수도권 미분양아파트의 급격한 해소로 인한 현상이지 수도권 재고주택시장의 주택거래 증가의 결과라고 보기에는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 문제의 핵심이 비수도권이고 미분양주택을 포함한 신규분양주택의 구매 증가라면 수도권의 재고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DTI규제 강화는 합리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신규 분양아파트에 대한 대출규제 강화라는 극약처방을 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또한 재고주택에 대한 DTI 규제 강화는 신규 분양주택의 선구매로 이어지는 주택거래의 연쇄고리를 마비시킨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재고주택 수급의 문제로 전국적인 전세난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직 지어지지 않은 미분양물량을 포함하더라도 향후 아파트 입주물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조만간 준공될 미분양아파트의 소진이 늦어진다면 1~2년 뒤 주택임대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며,신규 분양이 지연된다면 3~4년 뒤 주택임대시장의 추가적인 불안요인이 될 것이다.

결국 신규 분양주택 구매에서 비롯되는 대출의 증가는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연관된 정책적인 선택은 흑백의 선택이 아니다. 따라서 DTI규제의 대상,범위 및 강도에 대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실제로 2009년에 도입된 수도권 DTI규제 조합은 지나치게 강한 효과를 발휘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수도권의 경우 월 2만건 정도 거래되던 물량이 2009년 9월 DTI 규제 강화 이후 8000여건까지 감소했다. 이는 수도권 아파트 재고량이 400만가구임을 감안하면 평균적으로 40년 만에 다시 한번 주택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DTI 규제와 관련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높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가계소득이 증가하기를 기다리며 주택에 대한 투자를 마냥 막아 놓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발등의 불인 전세난을 해결하려면 주택재고의 증가가 있어야 하고,그러기 위해서는 신규주택의 분양이 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이 DTI 자율적용 시한을 이달 말로 종료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 3월 말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좀 더 시장을 면밀히 관찰하고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주택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추가적인 보완책 마련이 요구된다.

이창무 < 한양대 교수·도시공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