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은 광활한 국토(한국의 27배)와 보유하고 있는 자원 측면에서는 분명히 '대국'이다. 그래서인지 총 인구 1600만명 수준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000달러대에 갓 진입한 카자흐스탄의 국민들에게서 대국의식을 느낄 때가 많다. 지난 겨울 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이 같은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우선 경기 종목이 한국을 포함한 많은 참가국들에는 생소한,자신들에게는 유리한 종목이 적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개별 종목의 최종 출전 선수 구성도 국제관례를 무시하고 자국에 유리한 방식을 채택,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 약 20년간 자본주의를 경험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들의 삶 속엔 유목생활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하며,이런 특성이 전체적인 국민성과 비즈니스 문화에도 녹아 있다. 카자흐스탄 바이어들을 만나 한국 상품을 수입할 때 애로 사항이 있느냐고 물어보면,상당수 바이어들이 한국 업체는 융통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한국 사람들은 지나치게 자신들의 원칙(대금결제,가격조건 등)만 주장하기 때문에 거래성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가격을 잘 안 깎아주고,대금결제도 일부는 외상으로 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다는 불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 기업 입장에서 생각하면 지나친 융통성은 오히려 거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나름대로의 원칙을 갖고 비즈니스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중 ·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자흐스탄 기업인들 자신은 정작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 전통적인 체면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놓고 실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약속을 어기는 데 대해 크게 미안해 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계약이 체결된 이후라도 약속 사항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또 비즈니스 상담을 할 때도 자신이 영어를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보다는 상대편이 러시아어로 상담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카자흐스탄이 한국을 포함한 많은 외국 기업들로부터 관심을 끄는 것은 석유를 포함한 수많은 광물자원 때문이다. 정치적 안정과 빠른 경제성장으로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고,유라시아를 잇는 독립국가연합(CIS)지역의 전략적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카자흐스탄 시장이 우리 기업들에 항상 매력적인 것만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와 내륙국가로서 비싼 물류비용,불안정한 정부 정책,관료의 부패,러시아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애로 등과 앞서 언급한 파트너의 자기 중심적 성향 등을 종합해 볼 때 상당한 위험요인도 있다. 따라서 카자흐스탄 바이어들과 거래를 할 때는 거래 신뢰도 또는 안정성을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해야 한다. 결국 융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카자흐스탄인들은 체면을 중시해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기대하지 않은 작은 선물에도 아주 기뻐한다. 또한 스킨십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는 아주 친절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불친절하다. 따라서 카자흐스탄인과 거래할 경우 가급적 자주 만나 인간적인 유대감을 형성함과 동시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채근 < KOTRA 알마티 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