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 건설사를 포기하는 그룹들이 늘고 있다. 기업 인수 · 합병(M&A)을 통해 사들인 건설사가 경영난을 겪자 지원을 끊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것이다.

22일 금융감독원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그룹 계열 건설사 가운데 이날 법원으로부터 재산보전 처분 결정이 내려진 LIG건설(LIG)을 비롯 △진흥기업(효성) △한솔건설(한솔) △남광토건(대한전선) △금호산업(금호) 등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들은 채권단이나 법원이 정한 관리자 등 3자 경영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건설업계는 그룹이라는 든든한 지원세력을 가진 건설사들이 잇따라 경영난에 빠지는 데 대해 예정된 수순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업영역 확장 등을 위해 건설업 호황 때 건설사를 앞다퉈 사들인 그룹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 경기가 가라앉고 4대강 외에 공공공사 물량도 나오지 않아 더 이상 지원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는 설명이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올 1월 전국 아파트 분양은 1333채로 작년 1월보다 92% 급감했고,작년 국내 건설사의 공공부문 총 수주액은 38조2368억원으로 전년 대비 34.6% 감소했다.

증권사 건설담당 한 애널리스트는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은 그룹 내 발주 물량도 적지 않고 해외수주 물량도 있지만 중견 그룹 건설사들은 경기가 나빠지면 곧바로 타격을 입는다"며 "건설사를 살리려다 그룹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지원을 중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효성그룹은 작년 진흥기업 탓에 1143억원의 지분법 손실을 입었다. 효성 전체 지분법 손실규모의 68.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인수 2년도 안 돼 당시 인수금액 931억원의 2배 가까운 손실을 본 셈이다. 효성이 진흥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은 불가능하다며 채권단과 다투는 이유다.

건설업계는 주택경기 침체와 공공공사 발주 급감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그룹 계열 건설사들이 적지 않아 이들 중 상당수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상위 10개 대형 건설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도산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중소 건설사보다 사정이 나은 것으로 알려졌던 중견그룹 건설사들이 잇달아 법정관리로 내몰리는 것은 건설업 상황이 그만큼 악화됐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