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시스템 컨퍼런스] "유럽 '2차 재정위기' 올 수도…佛·伊·벨기에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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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금융硏·ADB 공동주최
금리인상·유로가치 상승은 위험…유로존 채권시장 통합돼야 안정
금리인상·유로가치 상승은 위험…유로존 채권시장 통합돼야 안정
유럽 경제학자들은 이날 컨퍼런스에서 유로존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지만 정치상황이 복잡해 지연되고 있다며 2차 재정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찰스 위플로스 스위스 국제대학원 교수는 유럽 재정위기가 유로존 2위의 경제대국인 프랑스로 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시장의 관심은 그리스에서 시작해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으로 이어졌고 이제 스페인 다음이 누구냐는 질문이 남았다"며 "이탈리아 벨기에 프랑스 순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플로스 교수는 "프랑스는 매우 안전해 보이는 나라 중 하나지만 지난 40년간 균형예산을 달성하지 못하고 재정적자를 냈으며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적 상황도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와 아일랜드는 경제성장률이 하락해 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고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정치적 반대에 부딪혀 진전이 없다"고 했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평가했다.
필립 마틴 프랑스 사이언스 포 교수도 "그리스 아일랜드 등에 유동성을 공급한 결과 1년 전에 비해 유럽의 경제 여건은 훨씬 나아졌고 독일 수출도 늘고 있다"면서도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적자가 심하고 부채가 GDP를 초과하는 수준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은 2차 재정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일랜드인인 마이클 데브루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역시 "포르투갈 스페인에 이어 이제는 이탈리아까지도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움직임과 유로화 가치 상승이 유럽 경제의 발목을 잡을 '악재'들로 지목됐다.
위플로스 교수는 "유로존의 경제 회복세는 아직 미약하고 광범위하지도 않으며 신용 흐름도 좋지 않다"며 "유로화 가치 상승은 유럽에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유로화 가치는 지난해 말 유로당 1.33달러에서 최근 1.42달러를 돌파,올 들어 7%가량 절상됐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내달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직접 언급했다.
위플로스 교수는 "ECB가 금리를 올린다면 유로화 절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 교수도 "ECB가 금리 인상을 너무 서두른다"며 "이는 미약한 회복세를 다시 죽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화가 달러와 함께 세계 기축통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유럽의 채권시장 통합이 우선돼야 한다는 데 학자들은 공감했다. 다만 그 가능성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렸다. 마틴 교수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들이 합의한다는 전제 하에 "앞으로 4~5년 내에 국가별로 나뉘어 있는 유럽의 국채시장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 유로화가 세계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축통화로서 충분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데브루 교수는 유럽 채권시장 통합과 유로화의 기축통화 가능성에 부정적이었다. 그는 "기축통화 시스템에는 위원회나 이사회 같은 것이 없고 순전히 각국의 경제규모와 영향력에 의해 금융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어려운 이유는 채권 시장이 하나로 통합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이 시장이 하나로 통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상은/유승호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