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이 '적정'에서 2거래일 만에 '의견거절'로 뒤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감사의견 번복이 회사 측의 협박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돼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코스닥 기업인 제일창업투자는 22일 정정공시를 통해 2010년 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적정'에서 '의견거절'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제일창투는 지난 17일 한국거래소로부터 감사의견 비적정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를 받았다. 이 같은 소식에 당일 제일창투는 7.14% 급락했다.

이후 제일창투는 18일 '적정' 감사의견을 담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했고,주가는 3.08% 반등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18일 제일창투의 외부감사를 맡은 대현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이 잘못 기재됐다는 연락을 받아 다시 감사의견 비적정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하는 동시에 제일창투의 거래를 정지시켰다"고 설명했다.

최종 결과는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는 '의견거절'이었다. 제일창투가 7거래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적정' 감사의견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감사의견 번복이 제일창투 쪽의 협박에 의한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거래소에 따르면 대현회계법인은 이날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서를 제출했다. 경위서에는 제일창투 측의 협박과 회유에 의해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적정'으로 바꾸었다는 담당 공인회계사의 진술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법인 측은 내부적으로 제일창투에 대해 '의견거절'을 내기로 결론지었으나,담당 회계사가 독단적으로 수정한 감사보고서를 내줬고 이 과정에서 제일창투 측의 협박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대현회계법인의 경위서를 토대로 사건의 경위를 면밀하게 파악할 계획"이라며 "사실일 경우 제일창투는 감독기관의 징계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