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Trend] NASA 뺨치는 페레로의 기술 보안…年10조 '초콜릿 제국'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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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Practice - 이탈리아 초콜릿 업체 '페레로'
60년간 외부인 공장 출입금지
판매목표 없는 '無재고' 경영
초콜릿 잼으로 블루오션 개척
'헤이즐넛' 발굴, 원가·맛 혁신
60년간 외부인 공장 출입금지
판매목표 없는 '無재고' 경영
초콜릿 잼으로 블루오션 개척
'헤이즐넛' 발굴, 원가·맛 혁신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끊임없이 변화를 강요당한다. 그러나 외부 환경의 변화와 상관없이 자신들만의 경영철학을 고수하면서 장수하는 기업도 있다. 이탈리아 초콜릿업체 페레로가 그런 기업 중의 하나다.
1944년 이탈리아 소도시 알바에서 작은 제과점으로 시작한 페레로는 현재 40여개국에 진출한 세계 3대 초콜릿업체로 성장했다. 초콜릿에 특화된 사업구조지만 매출은 연간 63억4500만유로(10조원 · 2009년 회계연도)나 된다. 페레로 가문은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이달 초 발표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이탈리아 최대 부호 자리에 올랐다. 추정 재산이 180억달러로 언론사와 프로축구단 AC 밀란 등을 보유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현 총리 일가의 2배를 웃돈다.
이탈리아 경제 일간 일 솔레 24 오레는 "가족경영을 바탕으로 한 장인정신이 페레로가 60여년 동안 쉼 없는 성장을 이어가는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기존 원료에 얽매이지 않은 도전 정신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차별화된 마케팅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철저한 외부인 통제로 60년간 비법 지켜
페레로가 운영하는 세계 18개의 공장은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다. 보안을 위해 초콜릿 생산설비도 회사 내에서 직접 생산할 정도다. 영국 가디언은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금까지 페레로 공장에 들어간 외부인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공장 보안에 대한 철저함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연상시킬 정도"라고 전했다.
지나치다는 지적도 받지만 이런 철저한 폐쇄성 덕분에 페레로는 60여년간 제품의 레시피(제조법) 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 특히 미국 유럽 등에서 '악마의 잼'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마니아를 확보한 헤이즐넛 스프레드 '누텔라'의 제조법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있다. 제조법 보안을 위한 페레로의 이런 노력은 업계에서 코카콜라와도 종종 비교된다.
페레로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3대를 이어온 가족경영의 역할이 컸다. 페레로의 경영권은 창업주인 피에트로 페레로와 그의 아들인 미셸을 거쳐 손자들인 피에트로와 조반니에게 넘어가 있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가족경영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제품만 내놓겠다'는 장인정신을 유지시켰다고 평가한다. 판매실적을 중시하는 많은 기업들과는 달리 페레로는 가문의 전통을 이어가는 데 가장 큰 가치를 둔다. 매출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목표 판매량도 정하지 않는다. 시장을 철저히 지켜보면서 팔리는 만큼만 공급을 늘린다. 이는 재고에 따른 비용감소가 목적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보다 신선한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가족경영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한결같은 품질 덕분에 페레로 제품은 경쟁업체 제품에 비해 수명이 길고 시간이 갈수록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누텔라를 비롯해 1960년대에 내놓은 사탕 '틱택'은 지금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밸런타인데이 등 기념일에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초콜릿인 '페레로로쉐'도 출시한 지 30년이 됐지만 매출은 매년 증가세다. 포브스가 선정한 '2009년 명망 높은 기업'에서 페레로가 1위에 오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카카오에 헤이즐넛 접목…대중화 선도
초콜릿은 1950년대까지만 해도 가격이 비싸 부유층이나 맛볼 수 있는 기호식품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카카오의 조달이 어려워지자 초콜릿 가격이 더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초콜릿 대량생산의 문을 연 인물이 당시 소규모 제과점을 경영하던 피에트로 페레로다.
초콜릿의 맛을 높이면서 원가도 낮출 수 있는 다른 재료를 고민하던 그는 인근 피에몬테 지방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헤이즐넛으로 눈을 돌렸다. 1944년 기존 초콜릿에 헤이즐넛을 섞은 헤이즐넛크림을 개발,가격을 기존 초콜릿의 6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낮은 생산비용뿐 아니라 헤이즐넛의 고급스럽고 독특한 맛 덕분에 큰 호응을 얻기 시작했고,전 세계로 판매망을 넓혔다. 이것이 페레로의 대표 제품이자 최초의 초콜릿 스프레드인 누텔라다.
누텔라는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빵을 주식으로 하는 유럽에서는 '국민 잼'으로 불릴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 누텔라는 초콜릿의 '블루오션'이었다. 처음 출시됐을 때 이렇다 할 경쟁상대가 없어 초콜릿 스프레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이후 다른 업체에서 초콜릿 스프레드를 내놓기 시작했지만 누텔라는 유럽 스프레드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페레로는 지금도 서아프리카 등지에서 직접 헤이즐넛을 재배하면서 품질 관리에 각별한 정성을 쏟고 있다.
◆디자인으로 고급화 선물 시장 공략
초콜릿에 특화된 업체인 페레로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초콜릿 타깃층을 발굴했기 때문이다. 1982년 누텔라를 바탕으로 헤이즐넛을 통째로 넣어 만든 금박 볼 모양 초콜릿 페레로로쉐가 대표적이다. 페레로로쉐는 기념일 선물시장을 겨냥했다. 최소 3개에서 최대 42개의 초콜릿을 하트형,종형,피라미드형 등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으로 만들어 판매해 필요에 따라 적당한 제품을 고르기 쉽다. 개당 500원 정도(한국 기준)로 일반 초콜릿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프리미엄 선물 시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이 있다. 이로 인해 동네편의점,슈퍼 등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선물용 용기에 포장한 고급 초콜릿이면서 소비자에게 적절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경쟁력이다. 페레로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밸런타인데이 시즌인 2월 페레로로쉐의 선물용 초콜릿 시장 점유율은 13.4%였으며,11월 수능 시즌에도 17.7%를 나타내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내 매출이 2006년 200억원에서 지난해 500억원으로 5년 사이 2.5배 성장했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에 가장 보편적인 선물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페레로로쉐는 2008년 기준 선물용 초콜릿시장 점유율 6.3%로 2위(2.7%)와의 격차가 2배 이상 났다. 세계 40개국에 판매되는 이 초콜릿은 연간 생산량이 40억개에 육박하며 매출은 8억유로에 이른다. "1주일간 생산된 낱알의 초콜릿으로 이집트 피라미드를 덮을 수 있고,세계 75개국에서 연간 판매된 누텔라병을 모으면 지구 한 바퀴를 두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1944년 이탈리아 소도시 알바에서 작은 제과점으로 시작한 페레로는 현재 40여개국에 진출한 세계 3대 초콜릿업체로 성장했다. 초콜릿에 특화된 사업구조지만 매출은 연간 63억4500만유로(10조원 · 2009년 회계연도)나 된다. 페레로 가문은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이달 초 발표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이탈리아 최대 부호 자리에 올랐다. 추정 재산이 180억달러로 언론사와 프로축구단 AC 밀란 등을 보유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현 총리 일가의 2배를 웃돈다.
이탈리아 경제 일간 일 솔레 24 오레는 "가족경영을 바탕으로 한 장인정신이 페레로가 60여년 동안 쉼 없는 성장을 이어가는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기존 원료에 얽매이지 않은 도전 정신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차별화된 마케팅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철저한 외부인 통제로 60년간 비법 지켜
페레로가 운영하는 세계 18개의 공장은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다. 보안을 위해 초콜릿 생산설비도 회사 내에서 직접 생산할 정도다. 영국 가디언은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금까지 페레로 공장에 들어간 외부인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공장 보안에 대한 철저함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연상시킬 정도"라고 전했다.
지나치다는 지적도 받지만 이런 철저한 폐쇄성 덕분에 페레로는 60여년간 제품의 레시피(제조법) 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 특히 미국 유럽 등에서 '악마의 잼'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마니아를 확보한 헤이즐넛 스프레드 '누텔라'의 제조법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있다. 제조법 보안을 위한 페레로의 이런 노력은 업계에서 코카콜라와도 종종 비교된다.
페레로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3대를 이어온 가족경영의 역할이 컸다. 페레로의 경영권은 창업주인 피에트로 페레로와 그의 아들인 미셸을 거쳐 손자들인 피에트로와 조반니에게 넘어가 있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가족경영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제품만 내놓겠다'는 장인정신을 유지시켰다고 평가한다. 판매실적을 중시하는 많은 기업들과는 달리 페레로는 가문의 전통을 이어가는 데 가장 큰 가치를 둔다. 매출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목표 판매량도 정하지 않는다. 시장을 철저히 지켜보면서 팔리는 만큼만 공급을 늘린다. 이는 재고에 따른 비용감소가 목적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보다 신선한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가족경영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한결같은 품질 덕분에 페레로 제품은 경쟁업체 제품에 비해 수명이 길고 시간이 갈수록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누텔라를 비롯해 1960년대에 내놓은 사탕 '틱택'은 지금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밸런타인데이 등 기념일에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초콜릿인 '페레로로쉐'도 출시한 지 30년이 됐지만 매출은 매년 증가세다. 포브스가 선정한 '2009년 명망 높은 기업'에서 페레로가 1위에 오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카카오에 헤이즐넛 접목…대중화 선도
초콜릿은 1950년대까지만 해도 가격이 비싸 부유층이나 맛볼 수 있는 기호식품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카카오의 조달이 어려워지자 초콜릿 가격이 더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초콜릿 대량생산의 문을 연 인물이 당시 소규모 제과점을 경영하던 피에트로 페레로다.
초콜릿의 맛을 높이면서 원가도 낮출 수 있는 다른 재료를 고민하던 그는 인근 피에몬테 지방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헤이즐넛으로 눈을 돌렸다. 1944년 기존 초콜릿에 헤이즐넛을 섞은 헤이즐넛크림을 개발,가격을 기존 초콜릿의 6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낮은 생산비용뿐 아니라 헤이즐넛의 고급스럽고 독특한 맛 덕분에 큰 호응을 얻기 시작했고,전 세계로 판매망을 넓혔다. 이것이 페레로의 대표 제품이자 최초의 초콜릿 스프레드인 누텔라다.
누텔라는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빵을 주식으로 하는 유럽에서는 '국민 잼'으로 불릴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 누텔라는 초콜릿의 '블루오션'이었다. 처음 출시됐을 때 이렇다 할 경쟁상대가 없어 초콜릿 스프레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이후 다른 업체에서 초콜릿 스프레드를 내놓기 시작했지만 누텔라는 유럽 스프레드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페레로는 지금도 서아프리카 등지에서 직접 헤이즐넛을 재배하면서 품질 관리에 각별한 정성을 쏟고 있다.
◆디자인으로 고급화 선물 시장 공략
초콜릿에 특화된 업체인 페레로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초콜릿 타깃층을 발굴했기 때문이다. 1982년 누텔라를 바탕으로 헤이즐넛을 통째로 넣어 만든 금박 볼 모양 초콜릿 페레로로쉐가 대표적이다. 페레로로쉐는 기념일 선물시장을 겨냥했다. 최소 3개에서 최대 42개의 초콜릿을 하트형,종형,피라미드형 등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으로 만들어 판매해 필요에 따라 적당한 제품을 고르기 쉽다. 개당 500원 정도(한국 기준)로 일반 초콜릿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프리미엄 선물 시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이 있다. 이로 인해 동네편의점,슈퍼 등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선물용 용기에 포장한 고급 초콜릿이면서 소비자에게 적절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경쟁력이다. 페레로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밸런타인데이 시즌인 2월 페레로로쉐의 선물용 초콜릿 시장 점유율은 13.4%였으며,11월 수능 시즌에도 17.7%를 나타내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내 매출이 2006년 200억원에서 지난해 500억원으로 5년 사이 2.5배 성장했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에 가장 보편적인 선물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페레로로쉐는 2008년 기준 선물용 초콜릿시장 점유율 6.3%로 2위(2.7%)와의 격차가 2배 이상 났다. 세계 40개국에 판매되는 이 초콜릿은 연간 생산량이 40억개에 육박하며 매출은 8억유로에 이른다. "1주일간 생산된 낱알의 초콜릿으로 이집트 피라미드를 덮을 수 있고,세계 75개국에서 연간 판매된 누텔라병을 모으면 지구 한 바퀴를 두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