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많은 기업이 이 문제를 경영계획에 반영,핵심 전략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협력사 지원책을 발표했고,KT는 중소기업과 경쟁 환경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3불(不) 정책'을 내세웠다. 그러나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실제적인 효과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기업들의 이런 노력은 지속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과거 대기업들의 구매 관행을 보면 원가 및 비용 절감이 대부분의 상생협력 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구매 혁신은 지속가능한 상생협력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구매 혁신은 과거 경제적 힘의 논리(통상적 갑을 관계)와 단기적 이익,적대적 제로섬의 원칙을 버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매부서의 역량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적절한 비용 절감 방법론에 익숙하지 않은 구매부서에 비용 절감을 요구하게 되면 협력업체들을 쥐어짜거나 혹은 품질 희생을 통해 성취하게 된다.

상생을 위한 구매 혁신의 원가 절감 방법론은 모기업과 협력업체 간에 서로 모르고 있는 절감 가능 영역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리적으로 납품가격을 깎는 것이 아니고,공급회사에서 기술 개발을 통해 납품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또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개발하면 구매하기로 약정해 해당 기업이 안심하고 기술 개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도 있다.

휴대폰 부품을 생산하는 매출 2200억원 정도의 중견 A사는 국내외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가 해소되고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대부분의 부품 생산 · 조립을 협력업체에 의존하고 있었던 만큼 협력사 전체를 포함해 총체적인 원가 절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컨설턴트들은 협력회사의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한편,추가로 발생하는 이익은 협력사에 돌아가도록 하는 성과공유제를 제안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A사가 절감한 금액은 연간 277억원에 달했는데,이 중 254억원이 자회사를 포함한 협력사의 성과로 나타났다. A사는 약속대로 120억원에 대한 원가 절감 성과를 협력사와 공유함으로써 장기적인 상호 윈윈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최용해 네오플럭스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