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창 현대해상 사장(54)은 직원들과 수시로 격의 없는 '번개팅'을 갖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고없이 본사 각 부서의 사무실이나 지점을 찾아 약속이 없는 직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솔직한 대화를 즐긴다.

그는 "회사의 체질을 튼튼히 하기 위해 고객과 영업 현장을 경영의 최우선에 두고 있다"며 "직원들이 만족하고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고객이 만족하고,그래야 회사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회사는 고객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선택받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회사의 미래를 내다보며 체질을 튼튼하게 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으면서 손해보험업계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음에도 미래를 얘기하는 서 사장의 눈빛은 자신감에 차있었다. 50여년 동안 쌓아온 현대해상의 경쟁력과 직원들의 능력을 바탕으로 일희일비하지 않고 뚜벅뚜벅 정도를 걷겠다는 서 사장에게서 현대그룹 출신 특유의 추진력과 근성도 느껴졌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아 모든 손보사들의 경영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작년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현대해상도 마찬가지였죠.올해는 자동차보험 부문의 적자 폭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입니다. 지난해 말 정부에서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 종합대책을 시행하면서 올해 1~2월의 손해율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높은 수준입니다. 자기부담금 정률제,할인할증제도 개선 등에 따라 올해는 작년보다 손해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회사가 자체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사업비 절감이나 보험사기 적발을 위한 노력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

▼업계에서 유일하게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현대해상은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2005년 온라인 자동차보험 회사인 하이카다이렉트를 설립하고 활발한 영업활동을 벌여왔습니다. 하이카다이렉트도 모든 손보사와 마찬가지로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에 따라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해 말 증자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한층 강화했습니다. 올해엔 손해율 개선 및 사업비 효율성 강화를 통해 재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농협을 경제부문과 신용부문으로 분리하는 법안이 통과됐는데,보험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 것으로 봅니까.

"현재 농협공제는 생명보험 부문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손해보험 부문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일선 영업점과 조합원을 기반으로 농협손보가 독립법인으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면 기존 손해보험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품 마케팅 등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농협보험사 설립에 따른 영향과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현대해상은 그동안 선제적인 상품을 많이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상품을 새로 내놓을 계획입니까.

"2005년 '닥터코리아 간병보험'으로 손보업계 처음으로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습니다. 작년에도 '하이라이프 암보험'과 '하이카에코 자동차보험' 등 2개 상품이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받았습니다. 상품개발 능력이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셈이죠.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출시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위험 부담은 물론이고 전문인력 투입과 홍보 등 초기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을 개발해내고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보험회사 본연의 책무입니다. 앞으로도 암보험과 중고부품 활용 자동차보험처럼 사회 트렌드와 고객의 수요를 반영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보험의 사회적 기능을 다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

▼50년 이상 현대해상이 국내 100대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뭡니까.

"사소한 변화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고 뚜벅뚜벅 정도경영을 해온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험은 고객의 먼 미래까지 보장해야 하는 롱텀 비즈니스입니다.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선택받고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판단의 기준은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몇년 동안 현대해상이 장기 보장성 보험을 중심으로 내실 있는 성장을 추구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고,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정도(正道)를 지키는 것이 회사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에 연연하기보다는 지속가능하고 실속 있는 성장을 위해 회사의 경쟁력을 튼튼하게 키워 나가겠습니다. "

▼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직원들이 만족해야 고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이것이 회사를 키워나가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편안하게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회사 경영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그들의 생각도 읽을 수 있어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현장을 자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지난해 한 지점에서 컴퓨터를 많이 사용해 인대가 늘어난 직원을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몰라요. 손목 보호대를 지점 직원 모두에게 보내줬더니 많은 감사 인사를 받았습니다. 현장경영이 별다른 게 아니예요. 작은 관심과 배려가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그런 것들이 모여 회사에 대한 사랑과 업무성과로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

▼현대해상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인적자원이 우수하다고 자부합니다. 그간 쌓아온 성과를 바탕으로 회사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우수한 인재들이 현대해상을 선호하고,또 그런 인재들이 현대해상에 들어와 훌륭한 성과를 내는 선순환 구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GWP코리아가 주관하는 '일하기 좋은 한국기업' 선정에서 3년 연속 대상을 차지하며 종합대상을 받았어요. 이것은 현대해상이 회사와 직원들 간에 상호신뢰가 강하고 훌륭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왔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타이틀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닙니다. 임직원 모두가 회사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신뢰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글=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