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어카운트 중도 해지 고객에게 선취수수료 일부를 돌려주라는 금융감독당국의 주문에 증권사들이 속 앓이를 하고 있다.

송경철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22일 증권회사 CEO와 조찬간담회를 통해 "자문형 랩어카운트 시장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질적 성장보다는 고객유치 경쟁을 추구하는 양적 성장에 치우치는 경향에 있다"며 "자문형 랩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증권회사들이 자발적으로 투자자보호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자문형 랩 어카운트의 건전한 영업질서 확립을 위해 금융당국은 구체적 운용기준을 포함한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자문형 랩 영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특히 이 자리에선 자문형 랩 선취수수료 반환과 관련, 증권업계가 금융당국이 주문한대로 중도 해지 고객에게 수수료를 돌려주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중도 해지 고객에게 가입하지 않은 기간 만큼의 수수료를 환산, 소급적용해 환급해줄 것을 증권업계에 요구한 바 있다.

증권업계에선 추가 논의를 거친 후 이에 따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내부에선 불만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에게 불신을 받을 바에야 빨리 정리를 하자는 입장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부분 2.0% 수준인 수수료 안에서 운용보수 등 비용을 제외하면 실제 고객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상품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원론적인 논리의 규제에는 불만이 남아있는 게 업계 분위기"라며 "금액이 크지 않다면 실효성이 있을지에도 다소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랩어카운트 상품 담당 임원도 "랩어카운트에 강한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면 그리 큰 충격은 없는 사안"이라면서도 "자율규제기관인 금융투자협회 등의 심의를 거치고 판매한 상품에 대해 사후에 규제 덧붙이기에 나선 감독기관의 모습에 불만인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토로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