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이 '○○은행 구장' 된다면…
'잠실야구장,부산 사직구장,광주 무등경기장….''씨티 필드,바클레이스 센터,질레트 스타디움….' 한국과 미국의 경기장 이름은 왜 이렇게 다를까. 국내 경기장에는 지역명이 붙는 반면 미국 경기장에는 기업명이 등장한다. 미국에서는 경기장 앞에 이름을 사용하는 '명칭 사용권(naming rights)'이 거액에 거래된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이름값'

사상 최고가의 명칭 사용권 계약이 최근 체결됐다. 로스앤젤레스가 미식축구(NFL)팀을 유치하기 위해 추진 중인 경기장 이름값을 '파머스 인슈어런스'와 30년간 7억달러(7866억원)에 계약한 것.연간 2333만달러(262억원) 규모다.

그동안 가장 비싼 명칭 사용권 계약금은 연간 2000만달러(224억원)였다. 씨티은행이 미국 프로야구 뉴욕 메츠의 홈구장을 '씨티필드'로 부르는 대가로 2028년까지 20년간 4억달러(4500억원)를 지급키로 했다.

그러나 이 금액은 뉴저지에 짓고 있는 NFL팀 뉴욕 자이언츠와 뉴저지 제츠의 홈구장,댈러스 카우보이스 스타디움의 이름이 팔리면 왕좌를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구장의 명칭 사용권이 최소 연간 2500만달러에서 3000만달러에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경제에도 '효자'

명칭 사용권을 따내면 경기장 곳곳은 해당 기업 브랜드로 도배가 된다. 프로농구장 바닥에 새겨진 브랜드는 경기 내내 TV를 통해 비쳐진다.

경기장 소유주가 돈을 다 챙기는 것은 아니다. 지역 연고 도시에 명칭 사용권 등을 포함한 독점적 마케팅 권리의 대가를 지급한다. 미국 플로리다주 프로 농구팀인 올랜도 매직은 '암웨이 글로벌'과 10년간 총 4000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올랜도 매직은 연간 400만달러를 챙겼으나 올랜도시에 매년 275만달러를 내고 125만달러만 갖는다.

남은 수익의 일부는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 보수 비용으로 충당하고 일부는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내 경기장 · 골프장 도입할 만

KIA는 올해부터 매년 100억원씩 총 300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로 프로야구 전용구장을 건립키로 했다. 이 구장은 사실상 기업명이 붙은 국내 최초의 경기장이 될 전망이다. 국내는 미국처럼 지역 프랜차이즈가 아닌 기업들이 구단을 운영하다 보니 경기장에 대한 '네이밍 마케팅'에 소홀했다. 전문가들은 "수익 발굴 차원에서 '명칭 사용권' 시장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름값'을 받아낼 수 있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올해 상하이에 들어서는 복합경기장의 이름은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다. 앞으로도 다국적 기업들의 명칭이 경기장 앞에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국내 골프장에서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은행 골프장' 식으로 기업을 유치해 골프장명을 지어볼 만하다. 판매 수익의 상당부분을 이용객과 지역사회에 환원한다면 그린피 인하에도 기여할 수 있다.


◆ 명칭 사용권

naming rights.원래 학교나 교회,병원 등에 거액을 기부한 사람들의 이름을 기관명 앞에 붙이면서 유래했다. 이후 경기장 등 대규모 공공장소에 광고하는 기업들의 이름을 사용했다. 경기장 앞에 이름을 최초로 사용한 기업은 '앤호이저-부시'.1953년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을 맺고 홈구장 이름을 '버드와이저 스타디움'으로 바꿨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