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漢詩편 출간
교과서 수록 작품 등 77편 실어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씨(63 · 사진)가 '내가 사랑한 한시'라는 부제를 단 한시선집 《시가 내게로 왔다 5》(마음산책 펴냄)를 출간했다. 2001년부터 시작한 시리즈를 한국의 근 · 현대시 100편(1 · 2권),젊은 시인선(3권),동시편(4권)에 이어 한시편으로 10년 만에 완간한 것.1~4권의 누적 판매량이 60만부에 이른다.
이번에는 18종의 중 · 고교 교과서에 실린 한시들과 이규보 정약용 도연명 황진이 등의 작품 77편을 실었다. 한시 원문과 번역에 감상평을 곁들였다. 김씨는 "그냥 좋아서 일기장에 적어 놓았던 번역 한시들을 중심으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편안한 자연주의 연시들을 골랐다"고 말했다.
"심심하면 인터넷에서 한시를 찾아 읽곤 했는데 재미있는 한시가 정말 많아요. 억지로 율격에 짜맞추거나 신세한탄하는 시,음풍농월이나 관료 냄새가 나는 작품들은 제외했습니다. 자연과 실생활 속에서 우러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표현한 시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죠."
시선집에 담긴 한시들은 연인에 대한 애절한 마음부터 사회비판,자연과 인생의 이치까지 다양하다. 고려 문인 정지상은 남포에서 임을 보내며 '대동강 물이야 어느 때 마를거나/ 해마다 이별 눈물 강물을 더하는 것을(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송인(送人)' 부분)이라고 슬퍼한다.
이규보는 비를 맞은 채 논바닥에 엎드려 김을 매는 농부들을 보고 부귀영화가 그들로부터 온다며 '햇곡식은 푸릇푸릇 논밭에서 자라는데/ 아전들 벌써부터 조세 거둔다고 성화네(新穀靑靑猶在畝 縣胥官束已徵租)('대농부(代農夫)' 부분)라고 탄식한다.
시인의 감상은 단출하다. 초 · 중 · 고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시들도 다수 있어 장황한 해설을 늘어놓을 법하지만 그는 시의 감동,연상되는 장면과 일화,짤막한 현대시 구절을 덧붙이는 데 그쳤다.
"오랫동안 독학하면서 익혀온 감상법을 바탕으로 했죠.시를 굳이 설명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시는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시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인생의 핵심이잖아요. 또 시의 감동은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우러나죠."
그는 "황동규 · 정현종 씨의 짧은 시는 꼭 한시 같기도 하다"며 "수백년 이상 이어온 한시의 전통은 현대시에서도 없어지지 않고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복잡한 사회일수록 한시가 더 매력적"이라고 했다.
자신의 모교이자 27년간 교사로 근무했던 덕치초등학교에서 2008년 명예퇴직한 그는 전주에 머물며 강연과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섬진강변의 고향 얘기를 담은 '섬진강 전집'도 준비하고 있다.
"맛있는 것 있으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주고 싶잖아요. 시가 그래요. 좋은 시가 있으면 아내나 아이들,제자들에게 보내주죠.미국에 유학 중인 딸에게도 4~5년간 시를 보냈는데 600편이 넘었군요.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이해하는 문을 넓혀주는 게 시라고 저는 믿습니다. "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