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프로그램인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재도전을 둘러싼 논란 끝에 제작진의 수장 교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았다.

MBC는 23일 "'나는 가수다' 녹화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출연진과 제작진의 합의로 규칙을 변경했다 하더라도 '7위 득표자 탈락'은 시청자와의 약속이었다"며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김영희 PD를 교체한다고 밝혔다.

'나는 가수다'는 김건모 윤도현 이소라 백지영 김범수 정엽 박정현 등 내로라하는 가창력을 자랑하는 정상급 가수 7명이 서바이벌 형식으로 경쟁하며 최고의 라이브 무대를 선사하겠다는 취지로 출발한 주말 오락 프로그램.

애초부터 기라성 같은 가수 7명을 평가해 등수를 매기고 1명씩 탈락시키며 새 가수를 채워 넣겠다는 방식이 무리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부른 김건모가 500명의 평가단으로부터 최저점을 받아 7위로 탈락할 위기에 처하자 MC 이소라를 비롯한 후배 가수들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당초 서바이벌 원칙을 만들었던 제작진은 긴급회의를 열고 가수들의 입장을 고려해 재도전 선택권을 해당 가수에게 부여했고 김건모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방송 직후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시청자들의 분노와 비난이 쏟아졌다. "시청자들 우롱합니까. 500명이 왜 투표했습니까" "룰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불공정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등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에 MBC는 시청률 18%를 넘어서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 프로그램의 수장을 교체하는 것으로 급히 진화에 나섰다. 모처럼 맞은 '일밤'의 부활 기회마저 날려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