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이 있는지 묻는 전화가 부쩍 늘었습니다. 최근 아파트를 샀거나 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는 고객들은 언제 구입해야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는지 궁금해하고요. "(서울 대치동 오세유공인 김형찬 대표)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부활과 취득세 절반 감면 등을 내용으로 하는 '3 · 22 대책'을 발표한 이후 첫째날인 23일 부동산시장에선 관망세가 이어졌다. 이달 말 DTI 규제 완화 종료를 앞두고 매수세가 이미 끊긴 탓이다. 서울 강남지역에선 실수요자 중심으로 문의전화가 크게 늘었다.


◆급매물 기다리는 실수요자

고정금리 대출 방식 등으로 최고 55%까지 DTI가 높아져 사실상 규제가 완화되는 서울 강남권과 DTI 규제가 부활된 비강남권 · 수도권은 체감온도 차이가 적지 않았다.

강남권에선 실수요자들의 매수시기 탐색 움직임이 나타났다. 개포동 S공인 관계자는 "개포지구 개발 계획이 23일 서울시 심의를 통과해 개발이 탄력을 받게 됐다"며 "실수요자들은 대출여력이 커지고 거래세 인하 혜택도 얻을 수 있는 이번을 매입 기회로 삼으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호가 차이가 큰 데다 올해 중 구입하면 거래세 혜택이 주어지는 까닭에 여유를 갖고 급매물을 사들이려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에서는 거래 위축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가주택이 적어 취득세 인하효과보다 DTI 규제 부활이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길음동 부동산114 정운영 대표는 "이달 들어 수도권 주택시장이 다시 침체기에 빠져드는 시점에 DTI가 부활돼 심리적인 영향이 적지 않다"며 "하루 3~4통이던 전화도 뚝 끊겼다"고 말했다.

◆취득세 감면 시점 놓고 우왕좌왕

정부가 구체적으로 취득세 인하 시점을 발표하지 않아 현장에선 적지 않은 혼선이 빚어졌다. 용인시 성복동 동천태양공인 박찬식 대표는 "취득세가 어떻게 바뀌는지 물어보는 전화만 오전에 10여통 걸려왔다"며 "세금 감면 폭이 큰 대형평수 매수 희망자와 세부담을 많이 느끼는 서민층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에는 감면 시점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당장 잔금 납부를 앞두고 있는 매수자들은 잔금 납부를 언제할지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대치동 K공인 관계자는 "지난달에 계약을 하고 이번 주 잔금 납부를 앞두고 있는 고객이 있는데 잔금을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며 "잔금 날짜는 늦추는 대신 중도금을 한 번 더 내는 식으로 계약을 바꾸려는 고객도 있다"고 전했다.

◆지방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영향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보이는 부산과 대전 등 지방은 DTI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었다. 전세난으로 공급이 달리고 있어 분양가 상한제로 신규 주택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공급이 부족한 지방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오히려 이슈로 작용하고 있다"며 "공급이 부족한 곳을 중심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아파트값이 오를 수 있어 가격 상승 전에 집을 구입하려는 가수요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태철/이승우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