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사법연수원 출신의 절반 봉급에 채용한다는 법무법인 바른에 채용 예정 인원의 10배가 넘는 로스쿨생이 지원했다. 내년 첫 졸업하는 로스쿨생에 사법연수원생까지 합쳐 한 해 25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백수 변호사'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3일 바른에 따르면 이 로펌이 지난달 말부터 지난 15일까지 신입 변호사 채용공고를 낸 결과 로스쿨생 30명 이내 모집에 300여명이 지원했다. 10 대 1을 넘는 경쟁률이다. 사법연수원생들은 10명 이내 모집에 120여명이 지원했다.

강훈 대표변호사는 "사법연수원생과 달리 로스쿨생들에게는 지도교수 추천서를 받아오도록 했는데도 이처럼 지원자들이 몰렸다"며 "100명도 지원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상보다 두 배 이상 많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특히 경력이 화려한 로스쿨생들이 대거 지원해 놀랐다"고 덧붙였다.

로스쿨생 지원자들 가운데는 국책 연구소,국내 굴지의 대기업,대학 강사 출신의 공학 박사 학위자 4~5명을 비롯해 이공계 전문인력도 30%에 달했다.

강 대표는 "이공계 인력으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이런 우수한 인재들이 로펌에 들어오는 것이 바람직한지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후 특허청에서 심사역으로 근무한 경력자나 경찰 간부,전문의 출신도 있었다. 회계사 출신은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로 많다는 것이 바른의 설명이다.

바른이 로스쿨 출신의 봉급을 사법연수원 출신의 50% 수준에서 주기로 하고 채용 후에도 상당수는 3년 이내에 퇴출될 수 있음을 미리 밝힌 것에 비춰보면 이같이 화려한 '스펙'의 로스쿨생들이 대거 지원한 것은 예상밖의 일이라고 법조계는 설명했다.

강 대표는 "기존에 연간 1000명씩 나오던 변호사가 내년부터 2500명씩 쏟아지게 돼 대규모 취업난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 같다"며 "일단 붙어 놓고 다른 로펌에 또 지원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은 지원자 가운데 서류심사를 거쳐 60여명을 추린 후 4월30일과 5월1일 면접을 볼 예정이다. 지원자가 많아 당초 하루에 끝내기로 예정했던 면접도 이틀 동안 나눠 보기로 했다. 이후 필기시험과 집단토론 등을 진행한 후 5월 중 채용자를 결정한다. 로스쿨생은 내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채용이 최종 확정된다.

기존 봉급의 절반 수준에도 이처럼 로스쿨생 지원자가 몰리면서 법조계에는 이른바 '반값 변호사'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법연수원이 2020년 사라지기 때문에 로스쿨 출신의 봉급은 결국 전체 변호사 봉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화우,율촌 등 다른 대형 로펌들도 시장 상황을 봐가며 사법연수원 출신과 로스쿨 출신 간의 임금 차이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 서울지방변호사회장에 출마했던 나승철 변호사는 "변호사 공급이 늘면서 결국에는 사법연수원생 출신의 임금도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변호사 채용시장이 내년부터 극도로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