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왔다…삼성의 '성공 방정식'이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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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복귀 1년…뭐가 달라졌나
위기의식→오너결단→투자 →시장선점 '부활'
수십조원 투자결정 잇달아…신수종 사업ㆍM&A에 박차
'젊은 삼성' 발빠른 변신도
위기의식→오너결단→투자 →시장선점 '부활'
수십조원 투자결정 잇달아…신수종 사업ㆍM&A에 박차
'젊은 삼성' 발빠른 변신도
"그때 하자고 할 때는 들은 척도 않더니…"
이건희 삼성 회장은 요즘 사장들을 만나면 곧잘 이런 말을 한다. 아쉬움이 담긴 이 표현은 곧 질책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대여섯 번 얘기하면 겨우 알아들은 척만 하고, 하는 시늉만 하지 않았냐.그때 해놨으면 지금 얼마나 편했겠냐."
그의 탄식에는 다급함이 배어 있다고 삼성 사장들은 전한다. 1993년 신경영을 시작할 때 "나는 속아왔다. 이대로라면 삼성은 망한다"라며 그룹을 통째로 바꾸기 시작할 때와 비슷한 뉘앙스다.
이 회장은 24일 경영 복귀 1년을 맞는다. 그는 이달 초 김포공항에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것을 생각할 시간이 없다"고 답했다. 할일이 많이 남아있다는 얘기였다. 이 회장 복귀 후 지난 1년간 삼성그룹은 미래 준비를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다.
◆투자결단이 이어지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직원들은 요즘 사무실에서 거의 매일 낯선 사람들과 마주친다. 외부 손님이 아니라 새로 출근하는 직원들이다. SMD 직원은 작년 말 5000명에서 5500명으로 늘었다. 한 달에 150~200명가량 직원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한 직원은 "출근하면 우리가 성장하고 있구나라는 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생산한다. 삼성은 이 사업에 올해만 5조4000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삼성LED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 복귀 전 1500명이던 직원이 신수종 사업으로 결정된 후 1년 만에 2500명으로 늘었다. 한 달에 100명이 새로 들어왔다.
투자와 고용확대는 상당부분 '이건희 효과'로 설명된다. 복귀를 알리는 사장단 회의의 첫 번째 결정사항이 5대 신사업 23조 투자였다. 삼성공화국 논란 등으로 투자가 지연된 것을 만회라도 하듯 연이은 대규모 투자결단을 내렸다. 그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사업에는 2년간 20조원을 쏟아붓고,삼성그룹의 올해 투자규모도 사상 최대인 43조원으로 확정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1년간 40조원이 넘는 투자를 결정하는 건 전문경영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복귀로 '위기의식→오너의 결단→대규모 투자→시장 선점'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성장 방정식이 재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바이오사업 진출,메디슨 인수 등 일련의 인수 · 합병(M&A)도 이 회장 복귀 후 나타난 두드러진 현상이다. "현재 삼성이 1등하는 제품은 모두 10년 내 사라질 것"이라는 이 회장의 위기의식이 미래 사업을 위한 채찍질이 된 셈이다.
◆연공서열의 문화를 혁파하라
최근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44세의 김준성 전무를 싱가포르투자청에서 스카우트했다. 그에게 맡겨진 직책은 최고 투자책임자(CIO).대부분 40대 중후반인 임원들은 나이 어린 상사를 모시는 상황이 됐다.
이런 파격은 삼성 계열사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 회장이 작년 10월 "어느 시대건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고 말한 후부터다. 삼성인사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부사장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고,차장에서 상무로 승진한 30대 임원도 나왔다.
이 회장은 그동안 "연공서열에 얽매이면 경영 전반이 무책임해진다. 40대 초반의 경영자를 스카우트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삼성의 보수적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복귀 후 그는 '젊은 조직론'을 내걸고 스스로 관료주의의 파괴자로 나서고 있다.
◆소프트 전쟁 진두지휘
이 회장은 1993년 분노에 찬 어투로 "10년 전에 소프트웨어 인력 2만명을 뽑으라고 했더니 검토조차 안했다"고 질타한 적이 있다. 이후 16년이 지날 때까지 그말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삼성은 소프트파워 빈곤 속에 '애플 충격'이라는 쓴맛을 봐야 했다. 이 회장 복귀 후 삼성은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대적으로 뽑았다. 통신업계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삼성이 사람을 다 빼가면 누가 일을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30년간 꿈꿔온 '소프트 왕국' 건설의 기초작업이 이 회장 복귀 후 본격화했다.
올해 1월 이 회장은 70세 생일을 맞았다. 변방의 삼성전자를 40년 만에 세계 최고의 하드웨어 업체로 키워낸 그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을 만들기 위한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이건희 삼성 회장은 요즘 사장들을 만나면 곧잘 이런 말을 한다. 아쉬움이 담긴 이 표현은 곧 질책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대여섯 번 얘기하면 겨우 알아들은 척만 하고, 하는 시늉만 하지 않았냐.그때 해놨으면 지금 얼마나 편했겠냐."
그의 탄식에는 다급함이 배어 있다고 삼성 사장들은 전한다. 1993년 신경영을 시작할 때 "나는 속아왔다. 이대로라면 삼성은 망한다"라며 그룹을 통째로 바꾸기 시작할 때와 비슷한 뉘앙스다.
이 회장은 24일 경영 복귀 1년을 맞는다. 그는 이달 초 김포공항에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것을 생각할 시간이 없다"고 답했다. 할일이 많이 남아있다는 얘기였다. 이 회장 복귀 후 지난 1년간 삼성그룹은 미래 준비를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다.
◆투자결단이 이어지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직원들은 요즘 사무실에서 거의 매일 낯선 사람들과 마주친다. 외부 손님이 아니라 새로 출근하는 직원들이다. SMD 직원은 작년 말 5000명에서 5500명으로 늘었다. 한 달에 150~200명가량 직원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한 직원은 "출근하면 우리가 성장하고 있구나라는 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생산한다. 삼성은 이 사업에 올해만 5조4000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삼성LED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 복귀 전 1500명이던 직원이 신수종 사업으로 결정된 후 1년 만에 2500명으로 늘었다. 한 달에 100명이 새로 들어왔다.
투자와 고용확대는 상당부분 '이건희 효과'로 설명된다. 복귀를 알리는 사장단 회의의 첫 번째 결정사항이 5대 신사업 23조 투자였다. 삼성공화국 논란 등으로 투자가 지연된 것을 만회라도 하듯 연이은 대규모 투자결단을 내렸다. 그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사업에는 2년간 20조원을 쏟아붓고,삼성그룹의 올해 투자규모도 사상 최대인 43조원으로 확정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1년간 40조원이 넘는 투자를 결정하는 건 전문경영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복귀로 '위기의식→오너의 결단→대규모 투자→시장 선점'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성장 방정식이 재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바이오사업 진출,메디슨 인수 등 일련의 인수 · 합병(M&A)도 이 회장 복귀 후 나타난 두드러진 현상이다. "현재 삼성이 1등하는 제품은 모두 10년 내 사라질 것"이라는 이 회장의 위기의식이 미래 사업을 위한 채찍질이 된 셈이다.
◆연공서열의 문화를 혁파하라
최근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44세의 김준성 전무를 싱가포르투자청에서 스카우트했다. 그에게 맡겨진 직책은 최고 투자책임자(CIO).대부분 40대 중후반인 임원들은 나이 어린 상사를 모시는 상황이 됐다.
이런 파격은 삼성 계열사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 회장이 작년 10월 "어느 시대건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고 말한 후부터다. 삼성인사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부사장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고,차장에서 상무로 승진한 30대 임원도 나왔다.
이 회장은 그동안 "연공서열에 얽매이면 경영 전반이 무책임해진다. 40대 초반의 경영자를 스카우트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삼성의 보수적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복귀 후 그는 '젊은 조직론'을 내걸고 스스로 관료주의의 파괴자로 나서고 있다.
◆소프트 전쟁 진두지휘
이 회장은 1993년 분노에 찬 어투로 "10년 전에 소프트웨어 인력 2만명을 뽑으라고 했더니 검토조차 안했다"고 질타한 적이 있다. 이후 16년이 지날 때까지 그말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삼성은 소프트파워 빈곤 속에 '애플 충격'이라는 쓴맛을 봐야 했다. 이 회장 복귀 후 삼성은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대적으로 뽑았다. 통신업계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삼성이 사람을 다 빼가면 누가 일을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30년간 꿈꿔온 '소프트 왕국' 건설의 기초작업이 이 회장 복귀 후 본격화했다.
올해 1월 이 회장은 70세 생일을 맞았다. 변방의 삼성전자를 40년 만에 세계 최고의 하드웨어 업체로 키워낸 그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을 만들기 위한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