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소금 없이 살 수 없다. 체액 속 염분(0.9%)이 부족할 경우 산소 공급이 제대로 안돼 피로해지고 심하면 전신 무력상태에 빠진다. 또 소금 속 요오드의 결핍은 갑상선 확대와 함께 신경과민,심장 박동 이상,근육 약화를 유발한다.

선사시대 이래 소금 생산지는 교역의 중심이었고,중국과 지중해 연안 국가에선 소금을 화폐로 썼다. 봉급(salary)이란 말도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살(sal)에서 비롯됐다는 마당이다. 6~7세기까지 작은 어촌이었던 베네치아가 10세기 이후 번창한 것도 소금 덕이다.

'소금'의 저자 마크 쿨란스키는 신대륙 발견과 프랑스 혁명,미국 독립전쟁과 남북전쟁 모두 실은 소금 때문에 벌어졌다고 주장한다. 소금의 용도는 다양하다. 1920년대에 알려진 이용법은 '야채 데칠 때,아이스크림 만들 때,녹 제거할 때,옷의 얼룩을 지울 때,소화불량 및 목과 귀의 통증을 치료할 때'등 101가지.지금은 제약과 도로 제빙,논밭 토양 개선,옷감 염색 등 1만4000가지에 이른다.

식탁용은 극히 일부다. 미국에서만 연간 4000만t 이상 생산되지만 51%가 제설용이고 요리용은 8%다. 없어도 안되지만 많이 먹으면 나트륨이 혈관을 팽창시켜 고혈압이나 신장질환을 만든다.

그런데도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소금 파동이 이어진다는 소식이다. 중국에선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산둥반도 해역이 오염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한 박스에 40여 위안 하던 소금이 이틀 만에 600위안까지 급등했다 정부가 유언비어라며 진화하자 반품하느라 법석을 피우고,우리 역시 정부의'괜찮다'는 발표에도 불구, 세 배 가까이 팔린다는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바다 오염 전에 생산된 것을 사두자는 것과 소금을 통해 방사능 해독에 좋다는 요오드를 섭취하겠다는 게 그것이다. 그러나 소금 속 요오드로 방사능의 체내 흡수를 막으려면 하루 권장량 5g의 600배인 3㎏을 먹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소금만 잘 팔리는 게 아니다. 일본산 기저귀도 '사재기' 때문에 없어 못판다고 야단이다. 소금까지 사재는 건 군중심리도 있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 탓이다. 기상 조건상 우리는 안전하다고 해도 믿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저귀는 단순히 "일본산이 좋다는 맹신 탓"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내 기저귀 생산업체들의 대처가 궁금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