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백번 초단타…'스캘퍼 뇌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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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사 무더기 압수수색 '충격'
LP주문 통해 시세조종 혐의…ELW 불공정거래 포착한 듯
LP주문 통해 시세조종 혐의…ELW 불공정거래 포착한 듯
국내 증권사와 투자자들이 주식워런트증권(ELW)을 통한 시세 조종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던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23일 ELW 시세 조종과 관련해 삼성증권 전산센터 등 5개 증권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증권사들은 ELW의 거래를 돕는 유동성 공급자(LP)로 주문을 내면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ELW 업계의 '큰 손'으로 불리는 초단타매매자(스캘퍼)의 계좌도 불공정거래의 집중 조사 대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는 기습적인 조사에 바짝 긴장하며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시다발 압수 수색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날 점심 무렵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검찰은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HMC투자증권 등 5개사에 수사관 등을 급파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IT센터에 수사관이 점심 무렵 들이닥쳐 ELW 거래 내역을 들고 갔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도 수사관이 서울 여의도 본사를 거쳐 상암동 전산센터까지 들러 관련 자료 등을 압수해 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트레이드증권 관계자는 "수사관들이 관련 부서에 불공정거래와 관련된 일상적인 수준의 조사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 스캘퍼는 "이번 사건의 발단은 K증권인 것으로 안다"며 "이 증권사를 거래하는 개인투자자가 스캘퍼의 시세 조종으로 큰 손실을 입고 검찰에 진정을 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은 작년 11월 발표한 금융감독원 등의 ELW시장 건전화 대책의 후속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ELW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리를 진행해 왔고 이로 인해 스캘퍼들의 거래는 크게 위축된 상태였다.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는 ELW를 발행하고 직접 LP로서 ELW를 사고파는 업무를 하고 있어 LP수행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수사의 초점은 스캘퍼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LP의 유동성 공급 의무가 소멸된 저가의 ELW 종목을 일정 수량 매집한 후 통정 · 가장 매매를 통해 시세 상승을 유도한 다음 허수성 매수 호가를 이용해 보유 ELW를 매도,부당 이득을 취하는 방식이다. 다만 시세 조종이 스캘퍼 간인지,스캘퍼와 LP 증권사 간인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한 파생상품 전문가는 "시세 조종이 있다면 스캘퍼 간일 가능성이 크다"며 "스캘퍼와 LP는 서로 돈을 따먹어야 하는 관계라 공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LW 불공정 거래의 온상 스캘퍼
ELW시장의 불공정 거래 문제는 업계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특히 하루에도 수백 번씩 '초단타 매매'를 통해 시세를 조종하는 '스캘퍼'들이 문제였다.
이들은 시스템 트레이딩 기법을 통해 LP 증권사의 호가 제공을 역이용하며 큰 차익을 올린다. 거래소에 따르면 스캘퍼로 추정되는 개인 계좌는 ELW시장의 0.08%에 불과하지만 전체 거래대금의 34.13%를 차지했다(2010년 8월 기준).이들은 전산과 투자전문가,자금 담당 등 팀 단위로 움직이며 시장을 교란시킨다.
여기에 일부 증권사들이 스캘퍼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하루 수십억원을 굴리는 스캘퍼를 한 명만 유치해도 증권사의 위탁매매 점유율과 수익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지점 단말기를 스캘퍼들에게 제공해 더 빠른 속도로 매매할 수 있도록 특혜를 베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캘퍼들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시세 조작 등 불법적 지원을 했는지도 논란거리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단말기를 통해 스캘퍼에게 특혜를 제공한 측면이 있지만 이 가운데 불공정 거래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은 ELW시장 건전화 대책을 통해 불공정행위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스캘퍼들이 증권사를 이리저리 옮겨가면서 단속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 ELW
equity-linked warrant. 주식워런트증권.기초자산이 되는 특정 종목(또는 지수)을 미리 정한 조건으로 미래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다. 옵션과 비슷한 파생상품이지만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는 점이 다르다. 살 권리인 '콜워런트'는 기초자산 가격이 오를 때,팔 권리인 '풋워런트'는 내릴 때 각각 수익이 난다.
◆ 스캘퍼
scalper.ELW시장 등에서 거액의 자금을 갖고 하루에도 수백 번씩 매매하는 '큰 손'을 말한다. 주로 시스템 트레이딩을 통해 유동성공급자(LP)나 상대 거래자의 호가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높은 수익을 올린다. 시스템 트레이딩 전문가와 전산 전문가 등 팀 단위로 움직이며 시장을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서정환/김유미 기자 ceoseo@hankyung.com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23일 ELW 시세 조종과 관련해 삼성증권 전산센터 등 5개 증권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증권사들은 ELW의 거래를 돕는 유동성 공급자(LP)로 주문을 내면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ELW 업계의 '큰 손'으로 불리는 초단타매매자(스캘퍼)의 계좌도 불공정거래의 집중 조사 대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는 기습적인 조사에 바짝 긴장하며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시다발 압수 수색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날 점심 무렵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검찰은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HMC투자증권 등 5개사에 수사관 등을 급파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IT센터에 수사관이 점심 무렵 들이닥쳐 ELW 거래 내역을 들고 갔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도 수사관이 서울 여의도 본사를 거쳐 상암동 전산센터까지 들러 관련 자료 등을 압수해 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트레이드증권 관계자는 "수사관들이 관련 부서에 불공정거래와 관련된 일상적인 수준의 조사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 스캘퍼는 "이번 사건의 발단은 K증권인 것으로 안다"며 "이 증권사를 거래하는 개인투자자가 스캘퍼의 시세 조종으로 큰 손실을 입고 검찰에 진정을 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은 작년 11월 발표한 금융감독원 등의 ELW시장 건전화 대책의 후속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ELW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리를 진행해 왔고 이로 인해 스캘퍼들의 거래는 크게 위축된 상태였다.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는 ELW를 발행하고 직접 LP로서 ELW를 사고파는 업무를 하고 있어 LP수행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수사의 초점은 스캘퍼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LP의 유동성 공급 의무가 소멸된 저가의 ELW 종목을 일정 수량 매집한 후 통정 · 가장 매매를 통해 시세 상승을 유도한 다음 허수성 매수 호가를 이용해 보유 ELW를 매도,부당 이득을 취하는 방식이다. 다만 시세 조종이 스캘퍼 간인지,스캘퍼와 LP 증권사 간인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한 파생상품 전문가는 "시세 조종이 있다면 스캘퍼 간일 가능성이 크다"며 "스캘퍼와 LP는 서로 돈을 따먹어야 하는 관계라 공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LW 불공정 거래의 온상 스캘퍼
ELW시장의 불공정 거래 문제는 업계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특히 하루에도 수백 번씩 '초단타 매매'를 통해 시세를 조종하는 '스캘퍼'들이 문제였다.
이들은 시스템 트레이딩 기법을 통해 LP 증권사의 호가 제공을 역이용하며 큰 차익을 올린다. 거래소에 따르면 스캘퍼로 추정되는 개인 계좌는 ELW시장의 0.08%에 불과하지만 전체 거래대금의 34.13%를 차지했다(2010년 8월 기준).이들은 전산과 투자전문가,자금 담당 등 팀 단위로 움직이며 시장을 교란시킨다.
여기에 일부 증권사들이 스캘퍼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하루 수십억원을 굴리는 스캘퍼를 한 명만 유치해도 증권사의 위탁매매 점유율과 수익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지점 단말기를 스캘퍼들에게 제공해 더 빠른 속도로 매매할 수 있도록 특혜를 베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캘퍼들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시세 조작 등 불법적 지원을 했는지도 논란거리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단말기를 통해 스캘퍼에게 특혜를 제공한 측면이 있지만 이 가운데 불공정 거래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은 ELW시장 건전화 대책을 통해 불공정행위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스캘퍼들이 증권사를 이리저리 옮겨가면서 단속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 ELW
equity-linked warrant. 주식워런트증권.기초자산이 되는 특정 종목(또는 지수)을 미리 정한 조건으로 미래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다. 옵션과 비슷한 파생상품이지만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는 점이 다르다. 살 권리인 '콜워런트'는 기초자산 가격이 오를 때,팔 권리인 '풋워런트'는 내릴 때 각각 수익이 난다.
◆ 스캘퍼
scalper.ELW시장 등에서 거액의 자금을 갖고 하루에도 수백 번씩 매매하는 '큰 손'을 말한다. 주로 시스템 트레이딩을 통해 유동성공급자(LP)나 상대 거래자의 호가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높은 수익을 올린다. 시스템 트레이딩 전문가와 전산 전문가 등 팀 단위로 움직이며 시장을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서정환/김유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