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엔지니어이면서도 마케팅 활동을 좋아했다. 자연과 직관을 강조하는 선불교에 심취해 인도에 가서 직접 구도생활도 경험했다. 대학에서 서예과목을 청강했는데 그는 서예를 "과학이 도저히 잡아낼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역사적이고 예술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비틀스의 열렬한 팬이었다.

이러한 최고경영자(CEO)의 정서에 따라 애플은 처음부터 심미적 컴퓨터를 추구했으며 서예적 폰트,마우스,그래픽 사용 등에서 앞서 나가면서 1984년 매킨토시를 내놓았다. 이어 음악을 파는 아이팟,멀티미디어를 파는 아이폰,문자 서적을 파는 아이패드를 계속 내놓고 있다.

영화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도 화가인 어머니와 전자 엔지니어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예술과 기술을 겸비한 소질을 타고났다. 고교 때 물리학 만점을 받으면서도 영화를 무척 좋아했으며,과학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1977년 스타워즈(star wars)를 보고 자기가 추구하던 영화가 나온 것에 충격을 받고 바로 할리우드에 입문했다. 30세인 1984년 터미네이터,1997년 타이타닉으로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캐머런은 영화감독,제작자이자 시나리오 작가,편집자 그리고 발명가이다. 필자는 이 두 사람을 테크플러스형 CEO라고 부른다. 테크플러스(Tech+)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지난해 상표 출원한 용어다. 기술(technology),경제(economy),문화(culture),인간(human)의 영문 첫 글자를 따서 조합한 것이며,플러스(+)는 그 이상의 분야들을 계속 더하자는 뜻으로 인문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테크플러스형 지도자로는 세종대왕을 꼽을 수 있다. 엄청난 독서량과 뛰어난 식견으로 22세에 임금의 자리에 올라 32년간 통치하면서 인문학,과학기술,예술 등 각 분야에서 창의성을 발휘해 역사적 기틀을 닦았다. 해시계,측우기,흠경각 내에 있는 천문기구와 우주시계를 만들게 한 과학자이면서 종묘제례악을 직접 작곡한 음악가였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 · 철학적 음운 체계이며 디지털시대에 적합한 한글을 창제했다.

요즘 우리나라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꺼린다고 하지만 테크플러스형 CEO와 기업들은 인재를 구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미 우리 청년들은 보수나 급여보다는 창의,보람,가치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매출,영업이익,성과보상금과 같이 숫자 관리나 하고 기계적,기능적,통제적,세습적인 CEO는 인기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가 기업가 정신을 많이 얘기하는데 이제 테크플러스가 기업가 정신의 핵심이 돼야 할 시대다. 테크플러스형 CEO만이 융합,개방,창조로 세상을 앞서서 바꿔나가는 기술과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김용근 <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yonggeun21c@kiat.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