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시위대 탱크 대통령궁 진격…'핏빛 금요일'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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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불참 속 비상조치법 통과
수십만명 집결…대충돌 우려
사우디에 병력요청설…군사개입 땐 '종파 전쟁'
수십만명 집결…대충돌 우려
사우디에 병력요청설…군사개입 땐 '종파 전쟁'
예멘 야권이 25일 금요일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예고하면서 정국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8일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시위대 52명이 숨진 데 이어 또다시 '피의 금요일'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모하메드 알 사브리 야당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25일 금요일을 '자유 행진의 날'로 정했다"며 "수십만명의 시위대가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요구하며 수도 사나의 대통령궁까지 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회가 비상조치법을 승인한 직후 나온 발언이다. 집권당인 국민의회당(GPC)은 이날 야당의 불참 속에 언론 검열과 시위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된 30일 기한의 비상조치법을 통과시켰다.
야당을 비롯한 시위대는 "비상조치법은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학살을 승인한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따라 시위대는 지난 1월 말 민주화 시위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를 이슬람 휴일인 25일에 열기로 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살레는 이날 시위대를 달래기 위해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한 후 연말까지 대선을 치르는 방안을 야권에 제안했다. 그러나 야권은 살레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어 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알자지라는 분석했다.
금요일에 예정된 시위에선 알리 모흐센 알 아흐마르 소장이 지휘하는 제1기갑여단 병력도 함께 대통령궁까지 진격할 계획이다. 현재 대통령궁에는 살레 아들이 이끄는 친위대의 탱크와 장갑차가 주둔해 있다. 군부 간 충돌로 대규모 유혈 사태가 우려된다.
예멘 사태가 중동 국가 간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예멘 외무장관이 21일 사우디아라비아를 급히 방문했다며 시위 진압을 위한 병력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사우디가 예멘 사태에 군사개입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FT는 "예멘을 놓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바레인에 1000여명의 병력을 파견한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종파 간 갈등도 사우디가 병력 파견을 주저하는 또 다른 이유다. 사우디 등 수니파 국가들과 이란을 비롯한 시아파 국가들 간 분쟁이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이날 "사우디가 예멘 민주화 시위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시리아에선 1주일째 민주화 시위가 계속됐다. 남부 다라시에선 이날 정부군의 발포로 11세 소녀를 비롯해 15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목격자와 인권단체들은 사망자가 10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