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뒷북치는 금감원 자문형 랩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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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송경철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증권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불러모았다. 이 자리에서 목표전환 자문형 랩(랩어카운트)에 가입했다가 중도에 해지한 사람에게서 받은 선취수수료를 돌려 주라고 주문했다. 계약을 중도에 해지한 사람에게는 가입기간을 뺀 나머지 기간만큼의 수수료를 계산해서 환급해 주는 게 합당하다는 취지였다. 송 부원장은 이미 운용을 끝낸 자문형 랩에 가입했던 사람에게도 수수료를 돌려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지침을 전달받은 증권사들은 당혹한 표정이 역력했다. 지금까지 계속돼온 관행을 뒤집으라는 주문도 그렇지만 신규 고객이 아닌,이미 해산한 자문형 랩에 가입했던 과거 고객에게까지 선취수수료를 환급하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A증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감원이 선취수수료 관행을 인정해 오다가 자문형 랩이 과열조짐을 보인다는 이유로 뒤늦게 과거 고객에게까지 환급해 주라는 건 늦어도 한참 늦은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랩어카운트를 둘러싼 금감원의 뒷북 규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말에는 적립식 자문형 랩을 돌연 금지해 원성을 샀다. 증권사들이 금감원의 사실상 승인을 얻어 연초부터 판매해 온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통보에 한 증권사는 적립식 자문형 랩을 출시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가 곧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지난 1월에는 1년6개월 이상 팔도록 허용했던 스폿랩(목표 달성 시 즉시 청산하는 랩)을 팔지 못하도록 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신상품이 나올 때 충분히 검토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못 팔게 하면 되는데,일단 방치하다가 인기를 끌면 금지해 버린다"며 "상품 개발비용이 아깝고,고객들에게도 민망하다"고 푸념했다.
금감원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의 칼을 빼드는 건 본연의 임무다. 자문형 랩처럼 단기간에 돈이 몰린 금융상품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뒷북치는 규제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새로운 자문형 랩이 쏟아져 나오는 만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는 평가할 만하지만,한 박자 빠른 선제적 대응으로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는 통찰력이 아쉽다.
서보미 증권부 기자 bmseo@hankyung.com
이 지침을 전달받은 증권사들은 당혹한 표정이 역력했다. 지금까지 계속돼온 관행을 뒤집으라는 주문도 그렇지만 신규 고객이 아닌,이미 해산한 자문형 랩에 가입했던 과거 고객에게까지 선취수수료를 환급하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A증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감원이 선취수수료 관행을 인정해 오다가 자문형 랩이 과열조짐을 보인다는 이유로 뒤늦게 과거 고객에게까지 환급해 주라는 건 늦어도 한참 늦은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랩어카운트를 둘러싼 금감원의 뒷북 규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말에는 적립식 자문형 랩을 돌연 금지해 원성을 샀다. 증권사들이 금감원의 사실상 승인을 얻어 연초부터 판매해 온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통보에 한 증권사는 적립식 자문형 랩을 출시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가 곧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지난 1월에는 1년6개월 이상 팔도록 허용했던 스폿랩(목표 달성 시 즉시 청산하는 랩)을 팔지 못하도록 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신상품이 나올 때 충분히 검토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못 팔게 하면 되는데,일단 방치하다가 인기를 끌면 금지해 버린다"며 "상품 개발비용이 아깝고,고객들에게도 민망하다"고 푸념했다.
금감원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의 칼을 빼드는 건 본연의 임무다. 자문형 랩처럼 단기간에 돈이 몰린 금융상품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뒷북치는 규제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새로운 자문형 랩이 쏟아져 나오는 만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는 평가할 만하지만,한 박자 빠른 선제적 대응으로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는 통찰력이 아쉽다.
서보미 증권부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