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담당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통지를 받은 맥스브로는 같은날 60억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겠다고 공시했다. 김정훈 맥스브로 대표가 소유한 원자재 회사인 라오메탈 주식 15만주를 현물 출자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상장사에 사형선고로 통하는 감사의견 거절을 뒤집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다. 맥스브로 관계자는 "회계법인에 재감사를 요청해 상장 유지가 가능한 감사의견을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상장폐지 대상 종목이 대거 나타나면서 해당 기업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24일까지 자본잠식,법인세비용차감 전 사업손실 발생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종목은 20개에 이른다. 재무적인 문제에 따른 것인 만큼 관건은 외부에서 자금을 얼마나 끌어올 수 있는지다. 한 한계기업 관계자는 "지금 자금을 구해오든지 다음달에 시장을 떠나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성패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외부 자금을 끌어오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꼽힌다.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자본금을 늘리기 위한 유상증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하는 일반공모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특정 사모투자회사나 개인이 참여하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해야만 회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감사의견 거절을 받을 수 있다는 루머로 24일 매매정지가 된 오라바이오틱스가 매매정지 직전까지 상한가를 나타낸 것이 단적인 예다. 전날 회사 측은 지난해 4월부터 추진해 왔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하고 제3자 배정으로 68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21일부터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는 아티스는 8일 최대주주 등을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22일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은 BRN사이언스 관계자도 "회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전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맥스브로나 오라바이오틱스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상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회계법인의 재감사 내용에 달린 것으로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며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1~2개월 후 회사에서 원금에 이자까지 챙겨가는 변칙적인 '유상증자 꺾기' 사례도 나타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도 '산 넘어 산'

한계기업들이 감사보고서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상장을 유지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감사의견 거절과 함께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문제로 '사업보고서 제출'을 들 수 있다. 12월 결산 법인들은 정기 주총에서 승인한 재무제표,주주와 임원 현황 등 지난해 결산을 담은 사업보고서를 31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31일까지 사업보고서를 내지 못한 기업은 내달 1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됨과 동시에 거래가 정지된다. 11일까지의 유예기간에 사업보고서를 내지 못하면 퇴출이 확정돼 3일 이내에 정리매매 절차가 시작된다. 작년 3월 말에는 10곳의 코스닥 법인이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고 이 중 9곳이 결국 증시에서 사라졌다.

감사의견 거절이나 사업보고서 미제출 등 형식적 요건을 벗어나더라도 한계기업으로서의 징후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는 기업들은 '상장폐지실질심사' 관문을 또 한번 거쳐야 한다. 상장폐지실질심사는 2009년 2월 자본시장법 시행과 함께 도입된 질적심사 제도로,지금까지 실질심사를 받은 111곳의 코스닥 기업 중 45곳이 퇴출됐다.

결산과 관련해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이 되는 경우는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나 임의적 · 일시적 매출 증가 등의 사유가 의심되는 경우다. 헤파호프코리아의 경우 연간 매출 30억원 미만으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가 2010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매출이 30억원을 넘겼다고 공시했지만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돼 심사가 진행 중이다.

노경목/강현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