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 13억원 정도의 가격이 형성될 아파트를 지금 10억2000만원에 사는 셈입니다. 10억2000만원을 그냥 은행에 넣어놔도 비슷한 수익을 올릴 수 있어 투자용으로 매입하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 "(권순형 J&K부동산투자연구소장)

서울 개포지구의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면서 개포지구 내 저층 단지들의 재건축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재건축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된 탓에 지금 사면 은행 금리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의 이익밖에 내기 어렵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10억원으로 전용 85㎡형 사는 셈

24일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J&K부동산투자연구소에 의뢰해 단지 규모가 가장 크고 재건축 시작도 빠른 개포주공1단지의 조합원 추가 분담금과 수익성을 분석해 본 결과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추가 분담금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포1단지 조합은 지난해 말 조합원에게 예상 추가분담금을 계산해 배포했다.

이번에 확정된 지구단위계획은 당시 지구단위계획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조합과 컨설팅업체가 추산한 분담금은 평형별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조합 측 계산에 따르면 42㎡형(13평형)을 보유한 조합원이 전용 85㎡(옛 32평)에 입주하려면 2억100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부동산컨설팅 업체 J&K투자연구소가 계산한 추가 분담금은 약 2억4000만원이다.

42㎡형의 현재 매매 시세는 8억1000만원 선이다. 분담금까지 합쳐 재건축한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선 최소 10억2000만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도곡렉스 등 대치 · 도곡동 일대 동일 평형 새 아파트 가격은 평균 13억원 정도다. 관리처분까지 가는 데 2년,공사하는 데 3년쯤 걸리는 점에 비춰 5년 뒤 2억8000만원을 남길 수있다. 취득세 보유세 등이 약 3000만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차익은 2억5000만원가량으로 계산된다. 10억20000만원을 연리 5%(세후 연 4.23%)짜리 정기예금에 넣어둬도 2억1573만원이 나온다. 원종훈 국민은행 세무사는 "양도소득세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은행에 넣어두는 것과 차이가 없다"고 분석했다.

개포동 부동산119공인의 박훈 대표는 "얼마나 재건축 시간을 단축하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며 "재건축 조건이 확정된 만큼 조합원과 조합 간 합의를 통해 사업 속도를 올리는 게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실수요자라면 매수해 볼만

부동산 전문가와 일선 중개업소들은 개포주공 1 · 4단지 42㎡형 등 전용 85㎡ 배정이 가능한 평형의 시세가 8억~8억3000만원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수익성을 감안할 때 큰 폭의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서다. 실제 개포동 일대 부동산 시장에선 매물이 거의 회수됐지만 매수세가 강하지는 않다. 개포동 동명공인 이형관 대표는 "23일부터 보유자들의 문의가 많아 식사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면서도 "매수하겠다는 문의는 거의 없어 본격적인 상승세가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개포지구의 위상이 대치동을 능가하면 수익성이 높아지고 가격도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중대형 평형 위주로 구성된 대치동과 달리 개포동은 중소형 비율이 높다는 점이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조합 시뮬레이션 결과 개포주공3단지의 전용 110㎡ 이상 중대형 비중은 전체의 13.8%에 지나지 않는다.

김규태 신한은행 잠실PB센터 팀장은 "개포지구의 환경 가치가 뛰어난 데다 평촌 규모의 신도시급으로 재탄생하는 만큼 실수요자들 입장에선 지금 가격대에서 매수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