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지진 등 자연재해를 미리 알고 대비한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풍수지리에서도 명당을 알아본 동물의 이야기가 구전으로 무수히 전해 내려온다.

경기도 이천시 부발면 효양산에는 이천 서씨의 중시조(中始祖:쇠퇴한 집안을 다시 일으킨 조상)인 서신일의 묘가 있다. 그런데 이 묘는 사슴이 은혜를 갚고자 잡아준 명당으로 전해진다.

서신일은 신라 효공왕 때 벼슬이 아간(阿干)에 이르렀으나 국운이 기울자 효양산에 들어가 처사라 칭하고 농사를 짓고 살았다. 하루는 밭에서 일하는데 화살을 맞은 사슴이 달려와 쓰러졌다. 서신일은 사슴을 불쌍히 여겨 화살을 뽑은 뒤 숨겨 주었다. 곧이어 사냥꾼이 달려와 사슴의 행방을 묻자 거짓말로 따돌렸다.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네가 구해준 사슴은 내 자식이다. 후손이 부귀를 누리도록 도와주려고 하니 사슴이 숨었던 자리에 묘를 써라"고 했다고 한다. 그가 나이 80에 아들을 낳으니 바로 서희 장군의 아버지인 서필이었다.

명당 중에 괴혈(怪穴)이란 이상한 명당이 있다. 사람도 외모만으로 판단할 수 없듯이 명당이 될 만한 자연조건을 전혀 갖추지 못한 곳인데도 우연찮게 명당이 되는 경우가 있다. 길가나 들 같은 곳에 저절로 자라는 참외는 대개는 작고 맛이 없어 먹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개똥참외는 그 맛이 매우 달다. 괴혈도 형체는 흉해보이나 효험만은 큰 명당이다.

괴혈을 찾으려면 눈 쌓인 겨울을 택해야 한다. 산과 들에서 눈이 빨리 녹은 장소를 찾아보자.햇볕이 잘 들어 잔디가 잘 자라고,겨울에도 눈이 빨리 녹아 명당이다. 옛날에 겨울이면 남자들은 집 가까운 산으로 땔감을 구하러 다녔다. 나무를 하다 점심 때가 되면 눈이 녹아 있고 바람은 잠자고 햇볕이 잘 드는 양지 바른 곳을 찾아 싸온 밥을 먹었다. 그리고 그 장소를 마음에 두었다가 부모가 죽으면 그곳에 묘를 썼다. 그 터가 명당이라 발복을 크게 한 사례가 많다. 눈이 빨리 녹는 장소는 땅속에 바위나 물 대신 흙심이 깊고,바람이 잠자는 곳은 지기가 갈무리되어 괴혈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산 속을 가다가 산짐승이 새끼를 낳은 장소를 발견하면 그곳도 명당이 틀림없다. 산짐승이 똥을 눈 장소를 찾아보자.산 짐승들은 적으로부터 자기의 안전을 생각해 위험이 느껴지면 피하고 달아난다. 그리고 먹이를 구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일에도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짐승들이 똥을 쌀 때면 방어능력이 취약해 안전하지 않으면 배설을 하지 않는다. 그 결과 짐승이 똥을 무더기로 싼 곳은 땅의 기운뿐 아니라,주변환경 역시 풍수적으로 안락한 길지가 분명해 괴혈일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꿩이 알을 낳은 장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꿩은 개성이 강해 사람에 의해 길들여지지 않는 날짐승이다. 이 꿩이 명당을 찾는 데는 귀신이다. 풍수에 밝아서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생기가 모인 혈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다. 꿩들이 땅을 파고 배를 비비며 놀거나 털을 뽑아 알을 낳은 장소도 좋은 자리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