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LIG건설이 여의도 증권업계로부터 피해보상 등 법적소송까지 당할 처지에 놓였다.

이 회사 경영진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열흘 전에도 약 40억원의 기업어음(CP)을 증권업계를 상대로 발행, 투자자들에게 모두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경영진들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져 투자자들의 피해를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5일 LIG건설의 CP 판매사인 우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에 따르면 LIG건설은 지난 21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열흘 전인 10일 CP 4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판매사는 이 CP를 투자자들에게 8%대 높은 금리(수익률)로 판매했다.

LIG건설 CP의 당시 기업신용등급은 'A3-'였다. 투자 리스크(위험)이 윗등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금리수준이 다소 높았다. 판매사들은 "일단 투기등급이 아니었고, LIG그룹 계열사이기 때문에 같은 등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매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KB금융도 법정관리 일주일 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투자증권은 "판매사로서 이번 CP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책임감을 느끼고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민사소송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옛 LG증권 시절때 맺은 인연으로 LIG건설의 CP 판매 비중도 다른 증권사에 비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증권사는 "경영진들이 법정관리 열흘 전이면 아무래도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도덕적 해이'가 피해를 키운 것 같아 적극 대응하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밖에 채권회수율을 높일 수 있도록 금융감독당국과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LIG건설의 법정관리로 문제가 되고 있는 CP의 규모는 모두 1800억여원. 이 중 우리투자증권이 대행해 판매한 것이 1290억원, 신한금융투자가 약 1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나대투증권, 솔로몬투자증권 등도 판매 대행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CP는 또 대부분 만기가 3개월과 6개월 짜리로, 신한금융의 경우 올해 1월까지 판매 대행을 해왔다.

LIG건설은 지난 2월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불거지면서 자금난 등에 시달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투자증권은 "LIG건설 쪽에서 지난 2월에만 해도 경영상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는데 저축은행들이 무너지면서 급격히 경영사정이 나빠졌다고 해명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판매사들은 그러나 "기업신용등급도 투기등급이 아니었고, CP발행 절차를 밟을 때까지만 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며 "앞으로 무엇을 근거로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