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5일 잔금을 치르겠다던 서울 대치아파트 56㎡형 매수자가 늦춰달라고 떼를 써 결국 집주인과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취득세 인하 후에 집을 사겠다는 분위기가 강해 거래만 뚝 끊겼네요. "(서울 개포동 한미공인 김태정 대표)

정부의 설익은 주택 거래 활성화 대책으로 주택 매매시장과 분양시장에 혼란이 일고 있다. 취득세 인하 발표로 거래가 끊기고 잔금 연기 사례가 늘고 있지만 정작 거래세 인하 근거가 되는 지방세특례제한법은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어 중개업소들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올해 분양 예정인 서울지역 19개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들은 상한제 폐지 여부가 불확실해 분양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잔금 연기 속출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전국 주택시장의 거래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취득세가 50% 감면되면 집을 사려는 분위기 탓이다. 고가 주택이 많아 취득세 감면폭이 큰 서울 강남권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대치동 K공인 관계자는 "10억원 안팎 주택은 2000만원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며 "감면 적용 시점,소급 적용 여부 등이 확정되기 전까지 매매 거래는 거의 끊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덕동 실로암공인 양원규 사장은 "야당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로 인하 불발 가능성도 들린다"며 "감면 시기와 시행 여부를 알 수 없어 시장의 혼란이 더 심하다"고 전했다.

최근에 매매 계약을 맺은 경우 잔금 연기가 일반적이다. 대치동 한국공인 이용호 대표는 "내달 1일 잔금을 치를 고객에게 미루라고 조언했다"며 "한두푼도 아닌데 잔금 납부 연기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잔금을 모두 치른 매수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개포동 우진공인 고재영 대표는 "최근 2건의 잔금을 치렀는데 이들 모두 전화로 억울함을 호소했다"며 "2000만원이나 세금을 더 냈으니 분통이 터질 만하다"고 했다.

강남권 총부채상환비율(DTI) 15%포인트 확대 조치의 적용을 둘러싼 금융 당국의 혼선은 주택 거래를 더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서울 도곡동 매봉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우왕좌왕하면 사려던 사람들도 관망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개발 아파트 분양 시기 혼선

올해 일반분양을 앞둔 서울 재개발 구역들은 분양 시기 결정에 애를 먹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들에 따르면 강북지역 재개발 아파트 중 상당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시세보다 3000만~4000만원 싸게 분양가를 책정하고 있다. 조합들은 분양가를 시세 수준에 맞춰 조합원 추가 분담금을 낮추려고 상한제 폐지를 주장해 왔다.

정부는 지난 2년여간 여러 차례 상한제 폐지를 공언했지만 관련 법안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2분기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강북 A재개발구역 조합장은 "정부가 또 상한제 폐지를 발표했는데 이를 믿고 분양을 뒤로 미뤘다가 폐지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분양 지연으로 금융비용이 증가해 조합원 분담금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아 일반분양되는 아파트는 19개 단지 6400여채에 이른다.

김구철 한국도시정비사업조합 중앙회 사무총장은 "섣부른 분양가상한제 폐지 발표로 사업 일정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정부가 여러 차례 약속한 만큼 내달 임시 국회에서는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