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섬의 거래정지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싱가포르 증시에서 거래가 중단되기 전에 주식을 모두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중국고섬뿐 아니라 한국거래소와 상장을 주관했던 증권사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25일 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8일부터 11일 연속 중국고섬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고섬의 외국인 지분율은 이달 초 4.22%에 달했지만 거래소가 거래를 정지시킨 22일에는 이미 0%로 내려가 있었다. 특히 15일부터는 하루에 10만~20만주씩 대량으로 물량을 쏟아냈다. 기관 역시 16일부터 매도 우위로 돌아서 22일까지 순매도 규모가 202만주에 달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대량으로 팔아치운 외국인은 중국고섬이 상장돼 있는 싱가포르 증시에서 활동하는 투자자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미리 입수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싱가포르와 한국의 정보 비대칭이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사태가 확산되자 온라인의 각종 증권정보 사이트 게시판은 소액주주들의 비난으로 들끓고 있다. 소액주주 모임을 결성해 집단행동에 나서거나 주관사인 대우증권이 대표로 나서 중국고섬 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식가든'이라는 아이디의 투자자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알아보고 있다"며 "소액주주 모임을 결성 중"이라고 게시했다.

거래소와 주관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실 가능성을 가진 기업을 국내에 소개한 데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손을 놓은 채 대응을 늦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뉴빌리지'라는 투자자는 "요즘처럼 전산시스템이 발달한 시대에 거래소가 싱가포르 증시에서 거래가 정지된 다음날 거래를 지속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보가 늦은 개인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업공개(IPO)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다면 거래소나 주관사는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코코윈스),"중국고섬을 3만주 보유하고 있다는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은 진짜 주식을 갖고 있는지 계좌를 공개하라"(ghostlove) 등의 의견도 나왔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