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군이 리비아 공습을 시작한 지난 18일 이후 국내 건설사에 대한 리비아 발주처의 공사대금 송금이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미수금이 공사 착수금(선수금)보다 많은 일부 건설사들은 자금난이 우려되고 있다.

25일 국토해양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리비아에 대한 공습이 이뤄진 이후 리비아 발주처들이 공사대금을 보내지 않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체가 이날 현재까지 받지 못한 미수금은 총 33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해외 공사는 선수금을 받은 뒤 공사 진척도에 따라 2개월 정도 단위로 공사대금(기성금)을 받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18일 이전만 해도 리비아 중앙은행을 통해 발주처들이 공사대금을 송금했고,공사를 재개해 달라는 공문까지 보내왔다"며 "공습 시작 이후 송금이 중단되자 리비아 진출 중견건설사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상황에 비춰 미수금을 받기는 사실상 힘든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재발주나 캠프조성 등을 위해 받는 선수금이 전체 계약금의 10~15%여서 미수금이 생기더라도 공사 초기면 상계를 통해 큰 피해를 안 볼 수 있다"면서도 "일부 업체는 미수금이 더 많아 단기적인 신용경색에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공정을 20~30% 이상 진행하면 선수금을 모두 쓰게 돼 미수금은 그대로 부실채권이 된다는 것이다.

리비아 데르나에서 1 · 2차에 걸쳐 주택 1500채를 건설하고 있는 한 건설업체는 공정률이 각각 71%와 20%(리비아 시위 사태가 확산된 지난달 21일 현재)여서 미수금이 자금난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주택건설 기성금은 대금지급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지급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리비아가 동 · 서로 분단되면 미수금 회수나 공사 지속여부는 더욱 불확실해진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발주처가 석유관련 공기업과 주택청 등으로 주로 트리폴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며 "리비아가 분단되면 벵가지 등 동부지역에선 발주처가 바뀌게 되고 미수금 회수가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현장에 투입한 각종 건설중장비와 기자재가 훼손 · 분실될 가능성이 높아 손실액은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공잔액이 74억달러인 리비아 공사를 계속 수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를 재개해도 제3국 근로자 2000명을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며 "이때 발생하는 비용도 모두 국내 건설사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