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의회가 재정긴축안을 부결시키고 총리는 사의를 밝히는 등 정치혼란까지 겹치면서 포르투갈이 그리스 아일랜드에 이어 유로존에서 세 번째로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여파로 포르투갈 국채 5년물 금리는 유로존 출범 후 최고치인 8.202%까지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5일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두 단계 강등시켰다.

일각에서는 유로존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한다. 워런 버핏은 24일 "유럽 재정위기는 단일 통화 시스템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기 때문"이라며 "유로존 붕괴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버핏의 지적은 '유럽 재정위기는 방만한 재정지출 때문'이라는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그 원인(遠因)이 1999년 출범한 단일통화 시스템인 유로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사실 유럽 재정위기는 경제력에서 차이가 나는 국가들이 정치적 이유로 무리하게 통합한 결과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유로 탄생후 독일은 우월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로 역내 수출을 확대하면서 나홀로 고성장을 구가해왔다. 반면 남유럽 국가들은 상대적 저금리 혜택으로 부동산이나 서비스업의 버블만 키워왔다. 독일은 자국 경제보다 저평가된 유로에서 실속을 빼먹고 남유럽 국가들은 실력보다 강한 통화를 쓰면서 국가 부채를 싼 값에 조달하는 동상이몽의 동거 체제였던 셈이다. 환율이나 금리 정책을 포기하는 조건 하에서 단일 통화를 도입했기 때문에 위기극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뿐이었고 이게 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 폴 크루그먼의 지적이지만 처음부터 이런 정치적 계산 속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결국 독일 등에 편승해 부채를 즐겨왔던 남유럽 국가들의 도덕적 해이가 12년 만에 재정위기라는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유로존은 독일 좋은 일만 시켰다"며 "독일이 긴축정책을 지속할 경우 유로존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조지 소로스가 경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포르투갈까지 번진 유럽 재정위기가 어떻게 봉합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포르투갈 구제금융은 800억유로 정도로 아일랜드(850억유로) 그리스(1100억유로)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유럽안정화기금(ESM) 확충일정과 방법 등에 합의했지만 포르투갈의 정권 공백으로 전도는 불투명하다. 게다가 아일랜드는 구제금융 조건을 놓고 독일과 마찰을 빚고 있다고 한다. 17개의 유로존 국가들이 2개 혹은 3개 권역으로 쪼개져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리비아 사태와 일본 지진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라는 삼각파도를 맞고 있는 작금의 세계경제다. 다각도의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