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직장인 재테크] '재무 주치의' 찾아 장기목표 설정…소득 70% 무조건 저축
광고업체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김모씨(35)는 올해 직장 생활 7년차다. 그는 2007년 말 결혼해 아내,3살 난 아들과 함께 경기도 광주에 산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2005년 첫 취업할 때만 해도 재테크란 마치 딴 세상 얘기로만 알았다. 고작 200만원 남짓한 월급으로 뭘 할 수 있을까란 생각뿐이었다. 계획 없이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썼다. 부모님 집에서 생활했음에도 남는 돈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2006년 사귀던 여자친구와 결혼하기로 마음먹고서부터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를 찾아 재무상담도 받았다. 장기적인 재무 목표를 설정한 다음 독한 마음을 먹고 실천해 가기 시작했다.

◆소득 70% 이상 저축

김씨의 당면 과제는 결혼이었다. 결혼자금으로 약 5000만원이 들어갈 것으로 봤다. 5000만원 중 전세자금으로 3000만원을 쓰고 예물,혼수 등도 최소화했다. 결혼식 비용도 단 200만원으로 끝냈다. 하객 식대 등은 축의금으로 해결했다.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기존에 붓고 있던 적금 3000만원(만기일 기준) 외에도 2000만원가량이 더 필요했다. 다행히 결혼 예정일까지 약 15개월 정도가 남아 있었다. 금리가 높았던 저축은행 적금에 가입,월급의 절반에 가까운 100만원을 꼬박꼬박 저금하기로 했다. 나머지 부족분은 다행히 부모님께서 보태주신다고 했다.
[새내기 직장인 재테크] '재무 주치의' 찾아 장기목표 설정…소득 70% 무조건 저축
중기 재테크용으로 매달 10만원은 적립식펀드에 넣기로 했다. 노후 준비를 위해 개인연금에도 2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소비성 지출도 대폭 줄였다. 기존에 갖고 있던 신용카드 3장 중 2장을 해지했다. 통장은 성격에 따라 급여통장,저축 · 투자,생활비(체크카드),비상예비자금(CMA) 등 4가지로 나눴다.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고 용돈도 상한선을 정해 소비 지출을 엄격하게 관리해 나갔다. 이렇게 줄어든 돈은 저축이나 투자에 활용했다. 이렇게 되자 김씨의 저축률은 76%에 달했다.

◆내집마련에도 성공

결혼 이후 살림살이가 크게 나아졌다. 유치원 보육교사를 하는 아내와 맞벌이를 시작한 덕분이다. 아내의 소득은 130만원 정도로 가계에 큰 도움이 됐다. 김씨의 월급도 다소 올라 현재 가구 소득이 430만원에 달했다.

김씨는 결혼한 뒤부터는 내집마련에 집중했다. 당초 한 빌라에 5000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살던 그는 작년 9월 인근 아파트를 1억3000만원에 매입했다. 전세금 5000만원에다 예 · 적금 4000만원 등을 합쳐 9000만원의 종잣돈을 투입했다. 부족한 4000만원은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올해 들어 집값이 좀 오르면서 김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도 1억6000만원으로 뛰었다. 김씨는 일단 1세대1주택 양도세가 비과세되는 시점까지는 계속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자녀 교육을 위한 재무 목표도 설정했다. 대학 등록금과 결혼자금을 함께 준비할 수 있는 자녀용 변액유니버셜 보험에 매달 20만원을 넣기로 했다. 개인연금 납입액도 기존 2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늘렸다. 기타 소비성 지출은 170만원으로 결혼 전에 비해서는 다소 늘었다. 쓸데없는 비용을 최대한 줄였지만 식구가 늘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재무주치의 두고 정기 상담

김씨는 최소한 1년에 한 번 정도는 재무 설계사를 찾는다. 자신의 재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실행 계획을 재조정하기 위해서다. 심은술 포도재무설계 상담사는 "본격적으로 수입이 들어오는 직장 새내기 시절부터 돈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결혼자금,내집마련,자녀교육,노후준비 등 인생에 걸친 재무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며 "금융환경 변화,각종 투자상품의 만기도래,새로운 재무목표 설정 등을 제대로 반영하려면 재무 주치의를 두고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씨는 "비록 크고 비싼 아파트는 아니지만 젊은 나이에 스스로의 힘으로 내집마련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치밀한 계획을 세워 실천했기 때문"이라며 "돈 문제로 부부 간 싸우는 일도 없어 참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