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서 삼겹살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철민(44)입니다. 점포는 신사동 고개 방향의 이면도로에 있으며,지하철 6호선 응암역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단층 건물로 66㎡(20평) 규모에 테이블이 11개 있습니다. 점포 앞 야외 테이블 4개를 포함하면 매장 크기가 손님 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정도지요. 2008년 점포를 인수했으며,보증금 2500만원에 월 115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습니다. 인수할 때 권리금 등을 포함해 투자비가 8000만원가량 들었습니다. 그해 개업한 뒤 2009년 말까지는 하루 50만원의 매출을 올렸지만,작년엔 40만원대로 줄었습니다. 점심시간에 인근 사무실에서 오는 고객 매출이 15만원 정도 되기 때문에 저녁시간대 매출은 25만원에 불과합니다. 한달에 한 번 쉬고,오전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영업하고 있습니다.

가격을 올리기 전까지 메뉴는 1인분에 9000원 하는 삼겹살,목살,항정살,돼지갈비와 8000원인 갈매기살이었습니다. 식사메뉴는 5000원짜리 제육볶음,돼지김치찌개,된장찌개,순두부찌개 등을 팔았지요. 모두 국내산 돼지를 쓰다보니 육류 원가가 50%를 넘고 기타 부자재까지 포함하면 원가 비중이 60%로 올라갑니다. 여기에 전기·수도료,월세,종업원 2명의 인건비 등을 제하면 생활비도 건지기 힘듭니다. 구제역 여파로 원재료 값이 올라 올초부터 부득이 생고기 가격을 2000원,식사 가격을 1000원씩 인상했습니다. 고객들로부터 가격인상 때문에 별다른 불평을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평균 25명씩 오던 점심고객이 15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가격인상 때문인지,다른 문제가 있는 것인지,원인분석이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A. 의뢰인의 가게는 반경 500m 안에 1만2000여세대가 몰려 사는 고밀도 주거지역으로 아파트 비율이 20%대에 못 미치는 전형적인 동네상권입니다. 이런 지역은 대체로 보수적인 생활문화를 갖고 있는데,새로운 문화나 유행에 대한 수용성이 떨어지고 외식비용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닙니다. 도심과의 거리가 멀지 않아 일시적 주거를 원하는 신혼부부 등의 비율이 높습니다. 젊은층이 많이 거주하지만 가까운 거리에 응암오거리 상권이 버티고 있어 퓨전 아이템보다는 복고적이며 객단가가 저렴한 아이템이 경쟁력을 갖습니다.

의뢰인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무작정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사전에 단골손님들에게 가격인상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방법을 취해야 했습니다. 가격을 올릴 때는 고객에게 정중하게 인상하는 이유와 고객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점을 이해시키는 노력을 함께해야 합니다. 가격을 올리더라도 전 품목이 아니라 일부 품목에 국한해야 합니다. 원가분석을 통해 올릴 품목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가족손님을 고려한다면 가격 대비 반찬수가 다소 부족하기 때문에 일부 추가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반찬이라도 담는 그릇에 따라 식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게 분위기와 어울리는 스테인리스 찬기로 대체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가격을 올리는 방법과 양을 줄이는 방법 두 가지가 있지만,모두 맛이 월등하거나 단골이 많아서 가게가 확고하게 자리잡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객 이탈이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메뉴의 전문화입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자꾸 메뉴를 늘리기 보다는 잘 팔리는 것을 중심으로 전문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대체로 세 가지 품목이 전체 매출의 60~70% 정도를 차지하면 원가부담과 재고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녁 메뉴도 지금처럼 삼겹살과 항정살,갈매기살,갈비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매콤달콤한 양념 삼겹살과 테이블 단가를 올릴 수 있는 모듬세트 메뉴를 추가하면 이 지역의 특성상 젊은층과 가족 손님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재의 매장 분위기는 나름대로 장 · 단점이 있기 때문에 대대적인 개 · 보수는 위험부담이 큰 것으로 판단됩니다. 오히려 오래된 가게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되,딱딱한 의자를 편안한 것으로 바꿀 것을 권합니다. 또 고객들이 생고기집의 분위기를 쉽게 느낄 수 있도록 깡통 테이블이나 각종 소품을 활용,가게 이미지를 바꿔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중화된 먹을거리에 매장의 복고풍 이미지를 결합한다면 별미로 느껴질 수 있고,입지가 다소 불리해도 손님들은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정리=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도움말=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 ceo@yunha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