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빠지는데…외국인, 연일 순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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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 1조 '사자'…본격 귀환은 아직 불투명
프로그램 차익매수 늘어 상승 '동력' 될 수도
프로그램 차익매수 늘어 상승 '동력' 될 수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한국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의 8일 연속 순매수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지난 한 주간 3.68% 올라 2054.04에 마감했다. 주간 기준으로 올 들어 가장 큰 상승폭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국내 시장에서 주식을 사는 외국인에 '곳간' 역할을 하는 한국 관련 글로벌 펀드에서 자금이 계속 유출되고 있어서다.
◆외국인 지난주 1조1345억원 순매수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한 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34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 1월 첫째주(3~7일 · 1조2668억원) 이후 가장 규모가 크다. 외국인은 1월 하순께부터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은 이머징마켓의 주식 비중을 줄이는 대신 경기 회복 초기 국면에 있는 선진국의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한국 주식을 내다 판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았다.
그런데 최근 달라졌다. 지난 16일부터는 하루도 빠짐없이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외국인의 본격적인 '바이 코리아(buy Korea)'가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장담하긴 이르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기 시작한 1월 하순부터 한국 관련 글로벌 펀드에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아시아펀드(일본 제외),인터내셔널펀드 등 한국 관련 글로벌 펀드에선 지난 한 주(18~24일) 동안 11억5700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달 둘째주에 소폭(3억9500만달러) 순유입을 보인 뒤 두 주 연속 많은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리서치기획팀장은 "2002년 이후 주간 기준으로 한국 관련 글로벌 펀드의 자금 유출입과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매매 동향을 따져본 결과 상관계수가 0.86으로 꽤 높게 나왔다"며 "한국 관련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주식을 사는 건 흔치 않은 경우"라고 말했다.
◆외국인 순매수 지속될까
이 같은 '미스매치'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그동안 GEM펀드와 아시아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인터내셔널펀드에는 꾸준히 유입됐다"며 "하지만 인터내셔널펀드는 리비아사태 일본지진 등의 불확실성으로 자금 집행을 미루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하는 주체는 인터내셔널펀드일 가능성이 높고,이들이 그동안 비축해둔 돈으로 대거 한국 주식을 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외국인이 아시아시장 전반에서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지는 않다"며 "일부 섹터펀드들이 대지진 사태 이후 일본 기업들의 조업에 차질이 빚어지자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을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실제 16~25일 외국인 순매수 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기아차 포스코 LG화학 등 일본 지진으로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종목이 상위권에 올라 있다.
결국 지난주 외국인이 한국 주식에 대해 보여준 '왕성한 식욕'은 지속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외국인의 본격적인 귀환을 위해서는 GEM펀드와 아시아펀드로 다시 자금이 유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고무적인 것은 외국인의 프로그램 차익매수가 최근 다시 늘고 있는 점이다. 선물가격이 고평가되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선물을 팔고,값싼 현물을 사는 차익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25일의 경우 외국인 순매수액(3607억원) 거의 대부분이 차익 프로그램 매수에서 나왔다. 심 팀장은 "차익거래를 하는 외국인은 글로벌 펀드와는 무관한 헤지펀드나 글로벌 투자은행"이라며 "당분간은 이들의 프로그램 매수가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