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를 설명하는 이론 중에 '메뉴비용(menu cost)'이란 것이 있다. 한번 오른 물가는 주변 환경이 개선돼도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속성을 비유한 말이다. 메뉴판을 다시 제작할 때 드는 비용 때문에 가격을 잘 바꾸지 않는 것에서 유래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 상황이 딱 메뉴비용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 등 외부 압력 요인이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장바구니 물가와 공공요금뿐만 아니라 개인 서비스 가격까지 줄줄이 올려 구조적인 물가 불안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3월 소비자물가동향'이 이번주 금요일(4월1일)에 발표된다. 물가관리 당국의 관심은 온통 '5'라는 숫자에 집중돼 있다. 2월 4.5%까지 치솟은 물가상승률이 3월에는 5%에 육박하거나,5%를 웃도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5%는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치(3±1%)의 상단을 훨씬 초과한 것이다. 인플레가 현실화했던 2008년 수준이다. 물가잡기에 여념이 없는 정부에 또다시 초비상이 걸릴 것이 뻔하다. 유류세를 낮추라는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자체 전망을 보더라도 물가는 심상치 않다. 통계청 물가상승률 추정 공식에 따르면 3월의 물가상승률은 '2월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4.5%)+3월의 전월대비 상승률(미정)-전년 3월의 전월 대비 상승률(0.3%)'로 대략 추정해볼 수 있다. 3월의 전월비 평균 상승률은 0.6~0.7%였다. 이 정도만 올라도 3월 물가는 4.8~4.9%로 올라간다. 여기에다 물가 영향력이 큰 기름값과 개인 서비스 요금이 최근 한 달 새 크게 오른 점을 고려하면 이달 물가는 5%를 넘을 공산이 크다.

물가 불안은 최근 한은이 발표한 3월 인플레 기대심리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앞으로 1년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율이 3월에 3.9%로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 기대심리 확산은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 경제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닥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기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도 줄줄이 나온다. 통계청의 '2월 산업활동 동향'(31일),한은의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결과'(31일),지식경제부의 '1분기 제조업 BSI 조사결과' 등이다.

2월 산업활동 동향에서는 선행지수 추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후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선행지수(전년 동월비)는 작년 1년간 줄곧 하락세를 보이다 올해 1월 지수부터 플러스로 돌아섰다. 대외 악재로 경기 불투명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선행지수 반전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일각에선 선행지수의 경기 예측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 사이에 1월 선행지수 상승세 전환을 '기술적 반등'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을 감안하면 2월에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있다.

작년 한 해 동안의 국민경제 전체의 자산과 부채를 보여주는 '2010년 국민계정(잠정)'은 30일 발표된다. '2월 국제수지'(29일)와 '3월 수출입동향'(4월1일)도 이번주 나온다.

정종태 경제부 차장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