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취업한 이윤석 씨(28)는 올해부터 국내 주식형펀드에 적립식 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도무지 유망한 펀드를 고르기 쉽지 않아 고민이 많다. 이씨처럼 펀드 선택을 앞두고 갈등하는 투자자라면 각 자산운용사 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큰 '간판펀드'를 고려해볼 만하다. 운용사의 역량이 집중돼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좋고 관리도 잘되기 때문이다.

◆간판펀드 75%, 코스피지수 앞서

27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위 20대 운용사(설정액 기준)에서 '간판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25일 기준)을 조사한 결과 15개 펀드가 코스피지수 상승률(-1.61%)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13개 펀드는 국내 주식형 평균 수익률(0.60%)도 앞섰다.

중 · 장기적으로도 간판펀드들은 양호한 성과를 올렸다. 1년 수익률에선 설정 1년이 지난 16개 중 13개 펀드가,2년 수익률에선 14개 중 11개 펀드가 각각 국내 주식형 평균을 앞질렀다.

몸집이 큰 펀드는 시장 대응 속도가 느려 수익률 관리가 어렵다는 통념과 대조적인 결과다. 간판펀드에는 운용사의 역량과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어 일반적인 공룡펀드와 달리 대체적으로 성과가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돈이 가장 많이 들어온 펀드 수익률은 운용사의 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에 역량을 최대한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개별펀드로는 일반 주식형펀드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하나UBS자산운용의 간판펀드인 '하나UBS블루칩바스켓 V-1'이 올 들어 5.93% 수익률로 1위를 차지했고,'푸르덴셜나폴레옹정통액티브 1'(5.56%)과 'PCA베스트그로쓰'(5.43%)도 평균치를 5%포인트 이상 앞섰다.

◆자금유입 여부 따져야

다만 간판펀드라 하더라도 테마펀드라면 특정 국면에서 수익률이 부진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실제 올 들어 정보기술(IT)주의 부진으로 일부 간판펀드는 성과가 크게 뒤처졌다. IT업종 비중이 큰 '동양모아드림삼성그룹 1'(-8.34%)과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1'(-7.84%) 등 삼성그룹주펀드는 국내 주식형에서도 최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새로운 자금이 유입돼야 유망 종목들을 지속적으로 편입해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상위 20대 운용사의 간판펀드 중에서도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이 올 들어서만 3587억원을 끌어모았다. 또 '하나UBS블루칩바스켓 V-1'(1963억원)'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1472억원) '프랭클린템플턴포커스'(1335억원) 등에도 1000억원대 자금이 새로 들어왔다.

손영선 한화증권 연구원은 "아무리 간판펀드라 해도 돈이 들어오지 않는 펀드들은 새로운 톱픽이 나와도 살 수 없기 때문에 포트폴리오가 망가지기 쉽다"며 "간판펀드 중에서도 자금 유입이 꾸준히 늘어나는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