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위기의 고통을 공감하는 세대가 3차 산업혁명 주도할 것"
지구촌이 불안하다. 리비아에서는 연합국이 군사 행동에 돌입했지만 카다피가 결사항전 의지로 맞서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다. 중동 민주화시위는 시리아 바레인 등지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노심용융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방사능 오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공감의 시대(The Empathic Civilization)'라는 책으로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제러미 리프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 교수(65)는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은 위기감이 오히려 3차 산업혁명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기에 대한 공감 확산으로 지구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강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3차 산업혁명을 예고한 그를 만나 원자력 에너지 위기 문제와 중동 민주화운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들어봤다. 인터뷰는 26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있는 개인 연구실에서 이뤄졌다.

▼2차 산업혁명이 끝나고 3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3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석유를 중심으로 한 화석연료 시대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혁명 시대를 의미합니다. 태양열 바람 파도 지열 등 재생에너지 개발이 빨라질 겁니다. 화석연료 의존 시대가 끝났다는 공감이 급속히 확산될 겁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인류의 생각과 의식이 급속히 바뀔 것이고 이를 동력으로 3차 산업이 열릴 것입니다. "

▼3차 산업혁명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제가 주도해 만든 유럽연합의 3차 산업혁명 추진안이 2007년 유럽의회에서 승인됐습니다. (리프킨 교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국가 지도자의 자문역할을 해왔다) 또 IBM 시스코 등 120개 글로벌 기업과 함께 3차 산업혁명에 관한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로마 모나코 등 일부 도시는 3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투자에 들어갔습니다. 석유 시대는 30년이면 끝날 것입니다. 문명의 기반이 송두리째 바뀔 것입니다. 한국도 이런 3차산업 혁명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떤 산업이 유망할까요.

"열역학 효율을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소재들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나노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 나올 겁니다. 지금 관련 책을 쓰고 있습니다. 책이 나오는 대로 한국경제신문과 다시 한 번 얘기하고 싶습니다. "

▼'공감(empathy)'관점에서 중동 민주화시위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에너지 체제는 기존 체제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다시 말해 복잡한 문명을 창출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긴밀하게 상호 의존해야 합니다. 소통(커뮤니케이션) 혁명이 필요하지요. 그래야 사람들의 의식(현실을 감지하는 능력)을 바꿀 수 있으니까요. 이런 소통이 활성화되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의식 혁명을 가져올 수 있답니다. 다시 말해 '공감적 고통(empathic distress:남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는 상태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이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운동의 동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공감이 변혁의 힘이 되고 있다는 말인가요.

"수렵 시대에는 가족 혹은 부족 단위의 사회가 형성됐습니다. 이후 농업이 발전하면서 '수력혁명'이 일어났고요. 문자가 보급되고 종교도 퍼져나갔지요. 혁명이 진행될수록 형제의 개념이 확산됩니다. 1세기 로마에서는 모든 기독교인들이 서로를 형제라고 불렀습니다. 최근까지 소통과 에너지가 국가 단위로 집중되는 시대였습니다. 이제는 또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세계 젊은이들이 감성을 적극 드러내고 문제를 치유하는 쪽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습니다. 바로 이 같은 젊은이들이 아랍 민주화운동의 원동력입니다. "

▼인터넷 시대가 젊은이들의 의식구조를 바꿨고 이런 변화가 민주화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인터넷 소통 혁명으로 새로운 에너지가 창출되고 있습니다. 같은 생태계의 의식을 공유하고 동질 집단의 개념이 지구적 차원으로 넓어졌다고 볼 수 있지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익숙해진 아랍의 젊은이들이 중앙에 집중된 권력에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중동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인류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려고 하지요. 동족이나 종교적인 동질성을 바탕으로 혁명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지구 생태학 차원의 공감이 동력으로 작용한 것이지요. "

▼'공감'이라는 개념이 선뜻 와닿지 않습니다.

"공감도 진화하는 개념입니다. 예전에는 개별적으로 소설을 읽고 울고 웃는 등 감정을 드러내는 정도였지요. 이제는 자신들의 느낌을 글로 적어서 다른 사람과 공유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합니다. 하지만 공감은 동정(sympathy)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같은 공감적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세포를 갖고 있습니다. 거미가 당신 팔을 타고 올라가면 나도 골수를 통해 내 팔에 거미가 기어가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똑같이 느끼도록 돼 있습니다. 단순히 불쌍하다는 느낌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공감은 생물학적으로 각인된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일본 원전 위기로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는데요. 원자력 에너지가 대체 에너지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원자력 시대는 끝났습니다. 일본 원전 사고가 있기 훨씬 전인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섬과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교훈을 얻었어야 했습니다. 이 문제는 한국에도 아주 민감한 문제일 겁니다. 프랑스가 세계에서 가장 원자력발전 의존도가 높고 다음으로 원전 의존도가 높은 곳이 한국이잖아요. 일본 원전 위기를 계기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냉철한 논의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대기오염을 예방할 수 있는 원자력 에너지 시대가 끝났다고 단언하기는 좀 무리인 듯한데요.

"현재 세계에 400여개의 원전이 있습니다.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6%를 담당합니다. 기후 환경변화에 대처하려면 이 비중이 20%는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60년 동안 매달 3개의 원자로를 더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핵폐기물을 보관하는 문제도 심각합니다. 일본은 폐기된 핵연료봉이 발전소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미국은 유카마운틴에 80억달러를 들여 핵연료봉 보관소를 만들 계획입니다. 그렇게 해도 1만년을 보관해야 합니다. 국제원자력에너지위원회는 2025~2030년이면 우라늄 부족사태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에 필요한 수자원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원자로를 냉각하는 데 담수의 40%를 쓰고 있습니다. 바닷물을 활용하기 위해 해변에 원자로를 건설하면 (쓰나미 피해를 입은)일본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고요. "

▼대체에너지 개발이 충분히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전의 대안을 찾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3차 혁명시대에는 재생에너지가 산업을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원전은 사고 위험이 적지만 한 번 사고가 나면 엄청난 재앙을 맞게 됩니다. 한국도 재생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굳이 석유를 수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게다가 원자력과 달리 재생에너지 개발은 고용창출 효과가 탁월합니다. "

▼한국인을 만나면 어떤 인상을 받습니까.

"지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교육을 잘 받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그렇습니다. 아주 개방적이지요.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열렬히 탐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열린 문화에 익숙하고 창조성이 꿈틀댑니다. 고정관념이 강한 나라 사람들은 새로운 사고를 받아들이길 한사코 꺼리지요. "

베데스다(메릴랜드주)=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