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매가격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향후에도 공급물량 부족으로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부활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18일 열린 1차 당정협의에서 정부 측이 제출한 '대외비 자료'에 나온 문구다. 주택공급 부족이 향후 집값 급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정부 스스로 자인한 것이어서 관심이 모아진다. 당정협의라는 비공개회의에 제출한 자료여서 정부의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있는데다 집값 전망에 대한 정부 내 정서가 표출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전문가들과 건설업계는 "주택공급 부족으로 심각한 집값 불안이 야기될 것"이라며 수년 전부터 대책 마련을 요청해왔다. 사업승인 기준으로 주택공급 물량은 2008년 이후 3년간 목표치를 밑돌았다. 2007년 55만6000가구에서 2008년 37만1000가구,2009년 38만2000가구,작년엔 38만7000가구 공급에 그쳤다. 그동안 정부가 밝혀온 연간 목표와 비교하면 3년간 약 20만가구가 부족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작년 9월 이후 DTI 한시 폐지 효과도 미미했다고 정부는 이 자료에서 시인했다. DTI 완화로 늘어난 주택거래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10% 미만인 7000억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DTI를 풀어도 주택수요가 크게 늘지 않으니 국토해양부로선 기획재정부 등의 DTI 부활 주장에 맞서기 힘들었던 것 같다.

DTI 부활은 주택공급 부족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도권 주택경기는 회복세로 반전되지 않아 건설업계는 여전히 미분양을 우려한다. 수도권 미분양은 약 2만9000가구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토지보상을 시작하지 않은 138개 신규 사업지구 중 80여곳을 취소하거나 당초 계획을 조정할 계획이어서 주택 추가공급은 기대하기 힘들다.

국토부가 올해 업무계획에서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3 · 22 대책'에선 '투기지역(강남3구)을 제외한 서울지역'으로 확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규제를 더 풀어야 민간 주택공급이 늘 수 있는데 '부자 정당' 이미지를 지우려는 여당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공급확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국토부의 초조함은 이래 저래 더해질 것 같다.

장규호 건설부동산부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