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원들 간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는 법안을 국회에 던져놓고 적극적인 설득 작업도 없이 정치권에만 책임을 돌린다. " 여당 한 의원은 지난 2월 하도급법 개정안에 대해 이렇게 불만을 표시했다.

하도급법 개정안은 중소기업의 특허 · 기술을 침해하거나 탈취 · 유용한 대기업에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한 것이 골자였다.

이 법의 통과를 주도한 사람은 정부 관료가 아닌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다.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와 동반성장을 강조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10월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올 2월 국회까지 통과가 지연됐다.

하도급법 개정안 통과가 미뤄진 것은 계속해서 여야가 합의한 우선처리 민생법안에서 빠진 데다 의원 개개인마다 하도급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이 달랐기 때문이다. 여당 내에서도 김기현,허태열,김재경 의원이 각기 다른 내용으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의원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 법안일수록 정부가 중간 조정을 잘 해야 한다"며 "하도급법 개정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원동력이 정부 설득작업이 아닌 의원 개인의 의지라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2009년 7월 제출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의원들의 지역구 문제가 걸려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사례다.

한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의원은 "아무리 법안 취지가 좋다고 해도 다음 선거에 표를 까먹을 수 있는 법안을 어떻게 찬성하느냐"며 "정부가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마음 먹었다면 학교 측부터 설득시켜 정치인들이 받는 압력을 최소화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