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4 · 27 재 · 보선 전후로 개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전에 일부 부처장관을 교체하는 데 이어 선거 후 일부를 바꾸는 2단계 개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미 구제역 사태로 사의를 표명한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이만의 환경부 장관의 후임에 대한 인사검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초부터 재임해온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장수 장관'도 교체키로 방침을 정했다는 전언이다. 정 장관은 4대강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른 만큼 물러날 때가 됐다는 기류가 여권 내 형성돼 있다고 한다.

"짐을 내려 놓고 싶다"며 피로감을 호소한데다 물가난 등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개각 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한 여권인사는 "윤 장관 후임자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시기는 유동적이다. 일단 선거 전에 일부를 교체한 뒤 선거결과를 보고 개각폭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전 교체 대상으로는 구제역 사태와 관련해 사퇴의사를 밝힌 유 장관과 일부 4강대사 등 외교라인이 포함됐다고 한다. 류우익 주중대사는 조만간 복귀할 것으로 전해졌다. 후임엔 김숙 국정원 1차장 등이 거론된다.

선거 후 개각폭은 유동적이다. 변수는 선거 결과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재 · 보선에서 패배하면 정부뿐만 아니라 당과 청와대 참모들도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乙) 보선이나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지면 당 · 정 · 청 전면 개편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나라당에선 조기 전당대회 목소리가 터져 나오게 되고,정부 측에선 장수 장관 등을 중심으로 '쇄신형'개각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조기 전당대회를 하게 되면 이재오 특임장관과 임태희 대통령 실장까지 포함되면서 개편의 폭은 훨씬 넓어질 수 있다. 청와대는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일부 수석과 비서관 인사가 불가피하다.

재 · 보선에서 이기거나 선전할 경우 개각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재정 · 환경 · 국토부 장관 정도가 교체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물가 전세난 대처에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른 '민생 개각'의 성격이 짙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개각을 하게 되면 이젠 국정 마무리 쪽에 초점을 두는 '관리형'이 될 것"이라며 "재 · 보선 후 소폭으로 하면 연말께 이 대통령 임기 끝까지 함께할 이른바 '순장조'로 대폭 개각할 것으로 점쳐진다"고 내다봤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