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L&C] 김창범 한화L&C 대표 "25년간 건축자재로 키운 꿈…첨단소재로 꽃 피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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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군살 빼는 시기…車ㆍ전자 소재 매출 비중 2015년까지 75%로"
"이게 탄소섬유입니다. 지금은 쇠로 자동차 차체를 만들지만,앞으론 탄소섬유처럼 쇠보다 가벼우면서 강도는 더 뛰어난 소재들이 쓰일 겁니다. " 서울 장교동에 있는 한화그룹 빌딩 14층.김창범 한화L&C 대표(55)는 집무실을 찾은 기자에게 진열장에 있는 탄소섬유와 태양전지에 쓰이는 EVA시트 등 신소재 샘플을 보여주며 한참을 설명했다.
건축자재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 대표가 왜 자동차 · 전자 소재 얘기를 먼저 꺼낼까. 김 대표는 "그것이 내게 주어진 미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케미칼 중국 닝보법인장(전무)을 맡고 있던 그는 작년 8월 한화L&C 전략사업부문 대표로 자리를 옮긴 데 이어 지난 2월 총괄 대표로 승진했다. 김 대표는 "올해를 한화L&C가 건축자재 기업에서 첨단 소재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말 기준으로 40%인 자동차 · 전자 소재 매출 비중을 2015년까지 75%로 높일 것"이라며 "소재 분야를 확실한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만들어 2015년 매출을 지금의 두 배 이상인 3조원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7개월 만에 총괄 대표이사로 승진하셨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주어진 미션이 있나요.
"작년에 전략사업 부문 대표로 발령받았을 때 신사업을 발굴하라는 게 제게 주어진 미션이었습니다. 김승연 회장도 '지금에 안주하지 말고 20~30년 멀리 내다보고 새로운 사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
▼한화L&C는 건축자재 기업이란 이미지가 강한데요.
"25년간 건축자재 사업에 주력해왔으니까 당연하죠.그러다 보니 군살도 찌고 변화에 대한 대응속도도 느려진 게 사실입니다. 사람 몸에도 군살이 끼면 그걸 빼고 대신 근력을 강화해야 하듯이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올해는 업체 간 경쟁과열,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난관에 빠진 건축자재 분야의 군살을 빼고 경쟁력 있는 소재 분야를 키우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작년에 전체 매출의 60%였던 건축자재 비중을 올해 40%로 낮출 겁니다. "
▼주력사업을 어떻게 바꿀 계획입니까.
"자동차 소재와 전자소재,태양광소재 등이 될 겁니다. 자동차 분야는 1986년 내장재 사업을 시작으로 섬유강화복합소재(GMT)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2007년엔 자동차 경량화에 쓰이는 복합소재 LWRT를 만드는 미국 아즈델도 인수했죠.태양광 소재인 EVA시트와 터치스크린 소재인 ITO글라스도 주력사업으로 키워보려고 합니다. 작년 9월부터 충북 음성의 5만평 부지에 EVA시트 · ITO글라스 생산공장을 짓고 있죠.4월 중 일부 제품을 양산할 수 있을 겁니다. "
▼왜 소재 분야를 신사업으로 정했나요.
"한 가지 예를 들어보죠.스마트폰 등 터치스크린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ITO글라스입니다. 세계적으로는 미국 코닝의 '고릴라 글라스'와 일본 아사히글라스의 '소다라임 강화유리'가 가장 많이 쓰이는데,지금까지 국내에서 만드는 업체가 없다 보니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태양광에 쓰이는 소재도 마찬가지죠.상당 물량을 일본 등 해외 기업에 의존합니다. 그런 소재를 국산화하겠다는 게 우리의 전략입니다. "
▼하지만 자동차 · 전자소재 분야는 일본 등 해외기업들과 격차가 크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자동차 소재 GMT만 해도 작년 세계시장 점유율이 73%예요. 주 고객사인 현대 · 기아자동차에 이어 폭스바겐,닛산,GM에도 공급량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EVA시트도 그룹 내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에서 소재(EVA시트용 수지)를 만들기 때문에 원료수급이 경쟁사들보다 수월합니다. 게다가 작년 한화케미칼이 중국 태양전지 제조업체 솔라펀을 인수한 덕분에 우리가 만든 EVA시트를 공급할 확실한 거래선도 확보해놨죠."
▼올해 자동차 · 전자 소재 분야 실적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취임 직후 임직원들에게 '올해 건축자재 부문은 매출을 늘리지 말고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작년 1조3487억원이던 회사 총 매출을 올해 1조6000억원으로 늘릴 생각인데,2000억원가량의 매출 증가분을 모두 소재 분야에서 올리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
▼자동차 · 전자 소재 이외에 신규사업으로 검토 중인 아이템은 무엇입니까.
"현재 우리가 개발해 놓은 소재가 5~6개 있는데 '실탄'(투자자금)이 주어지면 언제든지 상용화할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그런데 소재 분야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경량화 소재만 해도 유리섬유에 PP(폴리프로필렌)를 결합하거나,탄소나노튜브를 접목하는 등 첨단소재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미국 디트로이트에 자동차 경량화 소재 개발을 전담할 연구소를 세울 생각입니다. "
▼2007년 미국 아즈델을 인수했는데,추가로 인수 · 합병(M&A)할 계획은 없습니까.
"현재 진행 중인 건 없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경량화 소재와 전자소재 등 필요한 신기술이 있다면 언제든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
▼해외 생산법인을 늘릴 계획은 있습니까.
"음성공장은 원래 중국에 지을 생각이었는데 김 회장이 '웬만하면 한국에 투자하라'고 하시더군요. '기업보국(企業報國)'이란 경영철학에 충실하자는 것이죠.그래서 당분간은 국내 투자에 주력할 겁니다. 다만 자동차 소재와 관련해서는 베트남,인도,브라질,아프리카 등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
▼회사의 장기비전은 무엇인가요.
"LCD 패널용 필름을 만드는 일본 닛토덴코,후지필름 등의 영업이익률은 30~40%로 웬만한 석유회사를 능가합니다. 한화L&C도 덩치만 큰 기업이기보다는 알찬 수익을 내는 글로벌 첨단소재 기업이 돼야 합니다. 2015년엔 매출 3조원에 10%의 영업이익률을 올릴 겁니다. "
▼기업공개(IPO)는 언제쯤 추진할 생각입니까.
"자동차 · 전자 소재 등 신사업에서 확실한 이익을 내는 시점에 하려고 합니다. 2014년이나 2015년에는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
글=이태명/심은지 기자 chihiro@hankyung.com
사진=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