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엔 없는 '온리원'…'PB상품' 영토확장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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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자체 상표' 바람
대형마트 PB 비중 20%대로
일반상품보다 20~30% 저렴
대형마트 PB 비중 20%대로
일반상품보다 20~30% 저렴
'경쟁 점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우수한 품질의 자체상표(PB · 이마트는 PL) 상품을 확대하라.'
유통업계에 'PB(private brand)' 상품이 화두로 떠올랐다. 2000년대 중반 이후 PB상품 비중을 확대하고 품질향상에 주력해온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CJ오쇼핑 등 홈쇼핑은 물론 농협하나로마트 롯데슈퍼 GS수퍼마켓 등 기업형 슈퍼마켓(SSM),훼미리마트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업태와 업체를 가리지 않고 PB상품 개발과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백화점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들은 PB 등 경쟁 백화점에서 찾아볼 수 없는 '온리 상품'들을 앞다퉈 늘리고 있다. PB상품이 경쟁사 상품과 차별화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인데다 PB 비중이 높아지면 그만큼 수익성도 제고된다는 점에서다.
◆제조업체 브랜드보다 20~30% 저렴
PB상품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생산을 의뢰해 만든 제품을 자체 상표를 붙여 자사 유통망에서만 판매한다. 제조업체들이 자사 브랜드를 붙여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동시에 파는 'NB'(national brand · 제조업체 브랜드) 상품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PB상품은 대형 유통업체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한 업체의 유통망에서만 판매하는 독점 상품이어서 효율을 내려면 전국적으로 상당수의 점포를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PB시장이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유통업체들이 제조업체를 능가하는 시장 파워를 갖고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점과 맞물려 있다.
PB상품은 소비자와 바로 만날 수 있는 '매장 진열대'를 곧바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제조업체들이 NB상품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유통매장에 진열하기까지 필요한 마케팅과 유통비용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판매가격이 비슷한 품질의 NB상품에 비해 20~30% 저렴하다. PB상품을 통해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대형마트 PB 비중 급상승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 매출에서 PB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07년 10월 3000여개의 PL 상품을 동시에 선보이며 '유통업계 PB 전쟁'에 불을 지핀 이마트는 PL 비중이 2006년 7%에서 지난해 24%로 껑충 뛰어올랐다. 국내 PB 시장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온 홈플러스도 같은 기간 18%에서 27%로 높아졌고,2003년 '와이즐렉(Wiselect)' 브랜드로 PB사업에 뛰어든 롯데마트도 11%에서 23%로 급상승했다.
이는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품목 수를 확대하고 품질 개선에 나선 결과다. PB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싸지만 질은 떨어지는 상품'에서 점차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도 괜찮은 상품'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외국 유명 유통업체들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 월마트는 PB매출이 전체의 약 40%에 달하고 영국 테스코는 50%,독일 메트로는 35%에 이른다. 대형마트 3사는 PB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 3~4년 안에 30~4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국적으로 2100여개 점포망을 보유한 농협 하나로마트도 2008년 '엄가선' '참리빙' 등 4개 PB를 동시에 내놓고 상품 개발과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300여개의 PB상품을 추가로 개발하고 내년까지 PB 매출비중을 전체의 9%(2100억원)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홈쇼핑에서는 CJ오쇼핑이 선두주자다. 속옷 브랜드 '피델리아'와 패션 브랜드 '셀렙(celeb)샵'을 앞세워 지속적으로 매출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상품 차별화를 위한 키워드
PB상품의 비중이 높아지면 해당 업체의 수익성도 그만큼 좋아진다. PB상품의 마진율이 NB 상품보다 일반적으로 5~10%포인트 높아서다. 최근 들어선 '상품 차별화'가 PB를 확대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대형마트뿐 아니라 SSM,온라인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유통업체별로 가격차가 크지 않은 NB상품만 팔아서는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SSM 등이 최근 NB상품을 모방한 수준에서 벗어나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프리미엄급 상품 개발과 확대에 주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민 신세계유통연구소 팀장은 "소비자들은 유통업체와 업태별 가격 차가 줄어들자 편리함과 접근성 위주로 매장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자가 해당 점포를 선택하는 차별화 요소로 '자체 상표' 상품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