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살사,시가로 유명한 아름다운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이 나라와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국영기업의 독점 운영체제와 미국의 대(對)쿠바 경제봉쇄 정책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얼마 전 쿠바를 방문한 한국 기업인은 현지의 한 대형마트를 방문하고는 국내 동네 슈퍼마켓보다도 상품 종류가 적다는 사실을 발견,뭐든지 가져다 팔기만 하면 돈이 되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꿈은 곧 무산됐다. 쿠바의 모든 대외무역,국내 유통망을 국영업체가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보따리상처럼 상품을 가져올 수 없고,설사 가져왔더라도 팔 방법이 없다. 오직 국가만이 매매를 할 수 있다.

국영기업이 독점권을 갖고 있다 보니 비즈니스에서마저 관료주의 병폐가 만연해 있다. 능률과 효율보다는 복잡한 행정 절차가 늘 우선이다. 수입을 하기 위해서는 수입을 독점하고 있는 국영회사,또 그 상급 관리위원회,소관 정부 부처의 수입 심사를 모두 거쳐야 계약서 작성이 가능하다. 모든 과정은 서류로만 처리하며,간단한 일처리에도 길고 긴 결재 과정과 많은 서류가 수반된다.

관료주의는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나타난다. 쿠바의 통신 사정이 열악한 탓도 있지만 쿠바 사람들은 전화로는 공식적인 이야기를 하기 꺼리며,모든 일은 서류로 진행하기를 희망한다. 쿠바에서는 휴대전화 수신시 30초당 30센트의 수신료를 내야 하는데,배급을 제외한 가처분 소득이 20달러가 채 안 되는 상황에서 휴대전화 수신료는 쿠바 사람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인터넷 통제 국가이다 보니 인터넷이 매우 느리다. 쿠바 파트너에게 1MB 이상의 첨부물을 보내는 것은 이메일을 안 보낸 것과도 같다.

쿠바와 거래시 또 주의해야 할 점은 미국의 경제봉쇄 정책이다. 쿠바에서 미국 달러화는 이용할 수 없고 유로화,캐나다 달러,엔화 등만이 가능하다. 달러를 사용할 수 없으니 쿠바 국영회사들의 수출대금 결제 조건은 통상적으로 외상이다. 120일짜리 신용장이면 매우 좋은 조건의 거래이고,보통 180일에서 최대 720일에 달하는 신용장이 보편적일 뿐더러 확인신용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변화무쌍한 쿠바에서 거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든 과정과 절차를 점검 또 재점검해야 한다. 1998년 허용하던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를 2002년 돌연 금지했다. 2009년에는 쿠바 내 외국인 전체의 은행계좌를 동결하기도 했다. 올해는 쿠바 태환페소(CUC)의 대(對) 미국 달러 환율을 1.08에서 1로 갑자기 바꾸는 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풍부한 인적 · 물적 자원과 문화를 가진 쿠바의 미래는 밝다. 전 국민의 70% 이상이 고등교육을 이수했다. 쿠바는 중남미 전체에 의사와 엔지니어 인력을 공급하고 있다. 세계 3위의 니켈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쿠바 북부의 배타적 삼각유역에 매장된 원유는 국제적 관심사다.



김정동 아바나KBC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