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대지진과 쓰나미 여파로 일본 자본이 한국에서 진행해온 각종 부동산 투자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오피스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 매입과 친환경에너지 개발,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등에 관심을 보여온 일본 자금이 대지진 이후 투자 포기와 보류를 잇달아 요청하고 있다.

일본 I캐피털의 한국 내 부동산투자 컨설팅을 맡아온 옥스피탈은 이달 중 끝내기로 했던 서울 서초동 370억원짜리 빌딩 매입계약을 무기한 연기했다. 옥스피탈 관계자는 "당분간 자금 운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한국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I캐피털이 전해왔다"며 "빌딩주와 협의를 마치고 도장 찍는 일만 남은 단계였지만 일본 상황이 심각한 탓에 항의도 제대로 못했다"고 말했다.

옥스피탈은 대규모 발전소 사업도 중단될까 우려하고 있다. 일본과 영국 금융회사가 2000억원을 공동투자해 강원 · 충남에 풍력 ·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가 성사 단계에 이르렀지만 일본 금융사가 최근 '투자 불가'를 통보한 탓이다.

작년 서울 청담동 M빌딩을 500억원에 사들인 일본의 대형 부동산투자업체인 N자산운용사도 강남권역 빌딩 추가 매입계획을 보류했다. 일본의 또 다른 대형 부동산투자업체인 M사도 1000억~2000억원대 대형빌딩 투자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일본 기업들의 투자를 기대했던 부산 · 진해 강원 인천 등의 경제자유구역도 투자 지연 및 사업 중단을 우려하고 있다.

부산 · 진해경제자유구역청은 다음달 진행하려던 일본 현지 투자유치 활동을 하반기로 연기했다.

부산 · 진해경제자유구역청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쓰바기 모토오티브,야마이 리프라이메탈,YBS,덴소 등 11개 일본기업들에 위로편지를 보내는 등 관계 지속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석원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금융지원과 팀장은 "다음달 예정이던 일본 도요증권 투자실무팀 방문이 무산됐다"며 "인천개발펀드 설립을 통한 일본 자본 유치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16개 일본기업을 상대로 투자유치협약을 맺은 강원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자유치가 늦어지면 현재 추진 중인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강릉 · 동해 · 삼척) 지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서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