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시에서 가장 큰 '테마'를 형성했던 전기차가 불과 1년도 안 돼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대규모 적자로 부실은 눈덩이처럼 불었고, 주가는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대주주는 지분까지 처분, 신뢰를 더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앤디윈텍의 최대주주 김정수 대표는 자사 주식 210만주를 이달 중순께 장내에서 처분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의 보유 주식수는 기존 500만주(지분율 5.73%)에서 290만주(3.09%)로 감소했다.

지앤디윈텍은 작년 9월 전기자동차(NEV) 개발사 탑알앤디와 합병을 결정한 뒤 같은해 11월 '아이플러그(iplug)'란 이름의 도심형 저속 전기차를 발표, 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회사다.

한 달 뒤인 12월 중순엔 미국 투자회사로부터 1억달러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가 상승과 맞물려 기대감은 상당했지만 실적 면에서는 매우 부진했다. 투자는 많았던데 반해 전기차 관련 실적은 매출에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이 회사가 지난 21일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해 당기순손실 규모는 100억원에 육박한다. 2009년의 순손실(약 68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더 늘었다. 영업이익은 15억원 흑자에서 1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도 소폭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김 대표가 돌연 지분 처분 사실을 알리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이날 지앤디윈텍은 전거래일 대비 62원(13.72%) 급락한 3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기차 중 대장주로 꼽히는 CT&T는 사정이 더 어렵다. 작년 한해만 698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자본 대부분이 잠식됐고, 관리종목이라는 부실기업의 낙인까지 찍힐 처지다.

작년 6월말 2000원대 중반까지 갔던 주가는 이날 하한가인 164원을 기록, 9개월 만에 90% 넘게 하락했다.

회사는 증시 우회상장 이후 R&D(연구ㆍ개발)에 인적ㆍ물적 자원을 총력 지원했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었다. 올 초에는 임직원 급여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 해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다.

국내외 업체들과 그간 전기차와 관련한 수많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실제 실적으로 연결된 것도 많지 않았다.

이밖에 작년 14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AD모터스 등도 전기차 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컸지만 실적은 매우 부진했다.

지난해 저속 전기차와 이륜차 새 모델을 선보였던 삼양옵틱스 정도가 비교적 양호한 실적(작년 순이익 약 69억원)을 거뒀으나, 그나마도 전기차 사업이 아닌 기존 사업인 렌즈 부문에서 대부분 거둔 실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전기차 사업만으로 이익을 내는 기업은 당분간 나타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수 년간 지속할 수 있는 자금여력이 필수라는 얘기다.

여기에 정부의 지원, 국제유가, 기술발전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시장 개화 시기가 예상보다 더 늦춰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