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수요일에 있을 패션쇼 준비로 한 달 내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하루는 글 쓰느라 끙끙대고,하루는 대학 강의로 보내고,주말이면 결혼할 신랑 신부 고객들을 만나 그들이 펼칠 웨딩쇼에 어울릴 만한 드레스를 디자인해 준다. 그러다보니 한 주가 화살처럼 지나갔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던 미련으로 글쓰기 욕심이 많다. 펜과 종이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동덕여대 의상학과 졸업생 강의도 맡았다. 졸업작품 발표회에 내놓을 의상을 만드는 작업을 도와준다. 그러면서도 준비할 것도 많은 패션쇼를 하자니 체력이 바닥을 보이는 듯하다. 이번 패션쇼는 호텔에서 디너를 같이하는 디너 패션쇼이다. 메리어트호텔에서 모든 만찬을 최선을 다해 준비해 줄 것이기 때문에 손님접대에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오신 고객들이나 방송 신문들을 통해 보여줄 패션쇼를 잘 준비하려면 많은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 일단 옷을 잘 만들어야 하는 것은 디자이너로서는 기본 사항이니 40벌 가까운 드레스를 준비하려면 사실은 몇 달 전부터 기본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마지막 한 달은 나의 모든 스태프들이 초긴장 상태로 보낸다.

패션쇼에서 중요한 것은 옷을 입는 모델이다. 내 옷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는 모델을 뽑기 위해 모델오디션도 봐야 하고 모델들을 일일이 만나 쇼에서 입을 옷도 결정해 줘야 하며,가봉도 몇 번 봐야 한다. 패션쇼 음악 역시 이번 쇼의 주제에 맞는 음악을 선택해야 하니 곡도 많이 들어야 한다. 무대장치 역시 무대의 폭과 높이가 어느 정도가 좋은지,어떤 색상의 천으로 마감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기 위해 쇼를 할 현장을 몇 번 방문해야 한다. 무대 위에서 보여줄 영상은 어떤 영상으로 효과를 낼 것인지,꽃 장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정말 많은 아이템을 결정해야 한다. 물론 많은 전문가와 일을 하기 때문에 결정만 하면 완벽하게 연출해 내리라는 믿음이 있지만 과정은 늘 많은 생각과 결정을 요구한다

게다가 이번 쇼는 디너 쇼이기 때문에 쇼 끝나고 바로 노래를 불러줄 가수까지 섭외를 신경 써야 했는데 최고의 천재 작곡가 윤일상 씨가 나서서 그가 작곡한 '보고 싶다'를 부른 김범수 씨를 섭외해줬다. 패션디자이너라 함은 패션쇼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지 않으면 게을러지게 돼 있다. 그리고 평가받을 기회를 갖지 못하는 디자이너는 객관적으로 자기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다. 글 쓰는 작업과 달리 내가 할 패션쇼는 혼자로서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이렇게 힘든 작업이지만 또 힘내서 기운 차려 쇼를 준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일인 양 옆에서 도와주는 가까운 지인들과 나의 스태프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인생에 또 한장의 기록을 같이 해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황재복 < 황재복웨딩 대표 zenia88@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