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길 서원유통 회장(72 · 사진)은 1981년 42세에 슈퍼마켓 사업에 뛰어들었다. 서원유통을 설립하고 부산 대신동 등에 150㎡(45평) 안팎의 자그마한 직영점 3개를 열었다. 신용금고 제빵회사 등을 운영하며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다 유통업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이 회장은 "동생이 하던 슈퍼마켓 납품 업무를 도와주다가 물류시스템을 개선하고 소비자들에게 창의적이고 성실하게 접근한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부산 · 경남권 유통 최강자로 우뚝

그로부터 30년 후.서원유통은 부산과 경남 등 영남권에서 '탑마트'란 브랜드로 기업형 슈퍼마켓(SSM) 75개점을 운영하며 연간 1조원대의 총매출을 올리는 중견 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조46억원을 올려 '총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롯데슈퍼(지난해 1조4900억원)와 GS수퍼마켓(1조2000억원)에 이어 업계 3위다. 점포 수에선 236개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에 크게 못 미치지만 점포당 규모와 효율이 높아 총매출은 4000억원가량 많다. 부산에 기반을 둔 농심 계열 메가마트(6841억원)보다 많은 부산 · 경남권의 최대 유통업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향토 유통기업들이 경영난과 유통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영토확장에 밀려난 것과는 대비된다.

◆선진화 시스템으로 경쟁력 높여

유통업계는 서원유통이 지역 유통업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부산 · 경남권 최강 업체로 자리잡은 요인으로 30년간 한우물만 파온 이 회장의 슈퍼마켓 사업에 대한 열정과 차별화한 출점 · 마케팅 전략 등을 꼽는다. 우선 탑마트의 최대 경쟁력은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신선식품이다. 신선도 등 품질과 가격 매장진열 등에서 대형마트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 회장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신선식품을 값싼 가격에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온 것이 성장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1980년대 중반 당시 일본 1위 슈퍼마켓이던 간사이슈퍼마켓과 경영제휴를 맺고 선진 매장 진열 · 운영 방식과 물류 시스템을 도입했다. 산지 직매입 방식을 적용해 가격도 낮췄다. 회사 규모가 커지자 2000년과 2002년 부산과 김해에 각각 대형 축산가공센터와 신선식품물류센터를 세워 물류 효율성과 상품력을 높였다. 2009년엔 수입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쇠고기 수입업체 코스카를 인수했다.

서원유통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996년 10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2001년엔 5000억원대로 증가했다. 당시는 대형마트들이 본격적으로 부산권에 진출하던 시기였다. 이 회장은 정면 대결을 피했다. 대형마트들이 눈여겨보지 않던 밀양 거제 고성 통영 등 경남의 중소도시와 부산시 외곽에 집중 출점했고,각 점포는 해당 지역 유통 1번점으로 성장했다.

또 소비자들이 주로 주말에 대형마트를 찾는 점에 착안, 수 · 목요일에 할인행사와 기획행사를 집중하는 '수목 돌풍' 마케팅을 들고 나왔다. 회사 관계자는 "수 · 목요일 매출이 주말보다 더 많을 만큼 탑마트 고객들에겐 '수 · 목요일이 장보는 날'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올해 매출 1조2000억원 달성 목표

이 회사는 2008년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와 SSM규제 속에서도 성장세를 지속했다. 지역 중소상인과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며 2009년 14개점,지난해 5개점을 새로 열었다. 올해도 6개점 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통 대기업들이 그동안 서원유통 인수를 추진했지만 이 회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향토 유통기업으로 더욱 발전시켜 지역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한 SSM 관계자는 "거의 모든 대형마트와 슈퍼업체들이 이 회사에 인수를 타진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이런 의지는 2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원유통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도 드러났다. 이 회장은 "좋은 품질의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믿고 살 수 있는 탑마트가 되겠다"며 "올해 매출 1조2000억원을 달성한 뒤 내년에 도약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송태형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