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發 IT 인력난] 앱 경력자 연봉 두 배 줘도 못 구해…경쟁사 직원 빼가기 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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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정 어떻길래
프로젝트 기획자·개발자·디자이너 順 품귀
업체마다 일감 밀리는데 신입사원 교육 매달려
프로젝트 기획자·개발자·디자이너 順 품귀
업체마다 일감 밀리는데 신입사원 교육 매달려
동영상 생중계 솔루션 개발사 아이쿠의 김호근 대표는 "일은 많은데 사람이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등을 뽑으려고 지난달 잡코리아 인크루트 사람인 등에 구인공고를 냈다. 트위터 미투데이에도 안내문을 올렸다. 이력서는 꽤 들어왔다. 그러나 그가 찾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가르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신입사원을 6명 뽑았다.
게임 개발사 젤리버스의 김세중 대표도 마찬가지다. 기획자와 개발자가 필요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구하지 못했다. 결국 가산디지털단지 교육센터 신입사원을 뽑았다. 김 대표는 "기획자,개발자,디자이너 순으로 품귀현상이 심하다"며 "쓸 만한 기획자는 아예 없다"고 말했다. 이런 판에 "앱을 대신 개발해줄 수 없겠느냐"는 요청까지 받았다.
정보기술(IT) 인력난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삼성 LG 등 스마트폰 메이커들이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을 대대적으로 채용하고,모바일게임,소셜커머스,앱(응용 프로그램) 등의 분야에서 인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력난이 중견기업 중소기업은 물론 신생기업에까지 파급되고 있다. 대기업은 중견 · 중소기업에서,중견 · 중소기업은 경쟁사나 신생기업에서 경력직을 뽑아가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라고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찾지 못해 웹 개발자를 채용하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 업체들도 앱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 웹 개발자를 투입하곤 한다. 이러다 보니 웹 개발자도 덩달아 부족해졌다. 사정이 다급해지면서 상도의를 무시하고 경쟁사 직원도 서슴없이 빼가고 있다. 신생기업 몫은 없다. 그래서 "씨가 말랐다"는 말이 나온다.
게임업계는 거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모바일게임과 소셜게임이 동시에 뜨면서 기획자,개발자 쟁탈전이 심하다. 모바일이든 소셜이든 인재가 한정돼 있는 상태에서 NHN(한게임),넥슨,컴투스,CJ E&M 등이 저마다 수백명씩 뽑겠다고 나섰다. 스타 기획자나 개발자가 옮기면 후배 개발자들도 따라간다.
특히 프로젝트 매니저(PM),데이터베이스 엔지니어 등의 품귀가 심하다. 인기 게임을 기획한 PM의 경우 연봉에 인센티브까지 얹어줘야만 데려올 수 있다. 한 모바일게임 업체는 PM만 영입하면 바로 개발에 착수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고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현재로서는 기존 PM들이 프로젝트를 끝내기까지 기다려 맡기는 수밖에 없다.
국내 2위 인터넷 포털 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도 경력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한승완 HR팀장은 "예년에 비해 지원자가 많이 줄었고,모바일 앱이나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많이 필요한데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 팀장은 "공채로는 한계가 있어 사내추천을 받아 채용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인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건비도 많이 올랐다. 3년차 앱 개발자인 A씨는 최근 경쟁사에서 4000만원대 연봉을 제시하자 미련없이 옮겼다. 전 직장 연봉 2200만원에 비하면 2배에 가깝다. 김호근 아이쿠 대표는 "모바일 쪽은 개발자 기획자 등의 임금이 1,2년 사이에 월 100만원쯤 올랐다"고 했고,노상범 홍익세상 대표는 "최근 2년 새 20~3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창업이 활발한 것도 인력난의 원인이다. 스마트폰 1000만대 시대가 열리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소셜커머스의 경우 1년도 안돼 300개가 넘는 사업자가 생겨났다. 김세중 젤리버스 대표는 "괜찮은 사람이란 소문을 듣고 찾아가 보면 창업을 준비하고 있어 그냥 돌아온 경우가 많았다"며 "IT 창업 르네상스 시대" 라고 말했다.
IT 인력 수급 차질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대학생 소프트웨어 멤버십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한양대에 소프트웨어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김형주 서울대 교수(컴퓨터공학부)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일이 걸린다"면서 "소프트웨어가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